중소기업, 후계자 없어 '존폐 위기'...日서치펀드로 제3후계자 찾아
중소기업, 후계자 없어 '존폐 위기'...日서치펀드로 제3후계자 찾아
  • 임은주
  • 승인 2020.03.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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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후계자가 없어 폐업하는 중소기업이 늘고있다. 일본에서 중기업의 후계자 부재 문제가 지역 경제와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지역 사회의 공통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2017년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5년에는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의 수가 127만 개사에 달하면서 일본 기업의 30%가 폐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한  650만 개의 일자리 감소와 약 22조 엔의 GDP 손실을 전망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지방 도시에서 중소기업 소멸은 지역 경제와 고용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이에 일본에서는 후계자 문제를 지역 사회의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며 함께 후계자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도쿄상공리서치가 일본 중소기업 379만 개사 중 19만521개사를 조사한 결과, 후계자가 결정되지 않은 중소기업은 10만5942개사(55.6%)로 과반수 이상이 후계자 부재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과반수가 후계자 문제에 대해 미정 또는 검토 중으로 답변했으며, 계획을 포기한 기업이 대다수였다.

M&A나 외부인사 초빙 등을 통해 사업계승을 검토 중인 기업은 불과 360개사로 0.3%에 그쳤다. 이에 대해 도쿄상공리서치는 친족이이 아닌 제3자에게 사업을 물려주는 것에 대해 기업의 심리적 저항감이 뿌리 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추세 가운데 '서치펀드'를 활용해 기업계승에 성공한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서치펀드는 1980년대 미국에서 개발된 투자모델로, 능력과 경험이 있는 젊은 인재(Searcher, 서쳐)를 통해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투자가가 서쳐에게 자금을 투자해 인수하고 싶은 기업을 인수하게 하는 투자 모델이다.

서치펀드는 대도시와 대기업에 몰려있는 우수한 인재를 지방의 중소기업 대표가 될 수 있게 이어줌으로써 중소기업의 고령화에 따른 계승자 부재, 지방 경제 축소 등의 문제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의 64년 된 토목기업 '시오미구미'는 현 사장의 고령화 문제로 후계자를 찾고 있었다. 사장은 기업의 존속과 종업원의 고용유지를 최우선으로 해 야마구치 서치펀드와 접촉해 기업 운영 경험이 있는 30대 후반의 젊은 사업가가 회사를 승계하도록 지원했다.

국내도 중소기업의 후계자 부재는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대표가 60세 이상인 기업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특히 기계·부품 등 제조업 분야 경영진의 평균 나이가 타 업종 대비 높아 후계자 발굴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2018년 인수·합병 매물로 나온 기업 730개사 중 16.2%(118사)가 후계자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향후 고령화 진행에 따라 후계자의 부재로 폐업을 하게 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이 전체 고용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한국에서 중소기업의 폐업은 지역 일자리 감소 및 경제성장률 감소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존속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일본 지방 금융기관, 중소기업, 젊은 사업가가 힘을 합쳐 후계자를 발굴한 시오미구미의 서치펀드 사례는, 일본과 비슷한 기업 문화나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 중소기업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 일본 후쿠오카무역관 김대수 '후계자 없는 日기업, 사업계승 도와주는 서치펀드' 보고서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