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모성애가 낳은 프랑스의 패션 브랜드, '랑방(Lanvin)'
[브랜드 이거 아니?] 모성애가 낳은 프랑스의 패션 브랜드, '랑방(Lanvin)'
  • 이지원
  • 승인 2020.05.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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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위한 향수를 추천할 경우 단골처럼 등장하는 브랜드,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랑방(Lanvin)'의 향수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수년 동안 H&B 및 온라인 스토어에서 향수 매출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이들은 랑방의 로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머니와 어린 자녀가 손을 잡고 있는 브랜드가 각인된 이들의 로고는 어떤 뜻을 지니고 있을까? 1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랑방에 대해 알아보자. 

랑방의 창립자 잔느 랑방(Jeanne Lanvin) (사진=랑방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랑방의 창립자 잔느 랑방(Jeanne Lanvin)은 '파리 오트쿠튀르의 어머니'라고도 불리고 있으며, 20세기를 대펴하는 파리의 패션 디자이너라고 손꼽힐 정도로 칭송받고 있다. 그녀의 디자이너 역사는 잔느 랑방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됐다. 

1867년, 잔느 랑방은 가난한 집안 11남매의 장녀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디자인하우스에서 재봉일을 하며 패션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더욱 자세히 공부할 수 있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당시 잔느 랑방의 나이는 13세의 아이에 불과했다. 

이후 1883년에는 모자 디자이너였던 마담 펠릭스(Madame Felix)의 제자로 들어가 훈련을 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1885년에는 스페인의 마담 발렌티(Madame Valenti)의 디자인 하우스에서도 일을 하며 의상을 창조하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익힐 수 있었다. 

마침내 1889년, 그녀는 파리에서 모자 부티크를 오픈하며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설립한 '랑방 하우스(The House Of Lanvin)'는 현존하는 파리의 디자인 하우스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랑방의 대표적인 향수 (사진=랑방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랑방의 대표적인 향수 '에끌라 드 아르페쥬' (사진=랑방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진득한 모성애를 지닌 브랜드, 랑방

랑방 하우스의 문을 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897년은 잔느 랑방에게 있어 가장 뜻깊은 해로 남았다. 그녀의 딸 마거릿 마리 블랑쉬(Marguerite Marie-Blanche)가 태어난 해였기 때문이다. 

지극한 모성애를 가진 잔느 랑방은 모자 디자인을 하는 도중에도 틈틈이 딸을 위한 아름답고 독창적인 아동복을 디자인 해 입혔다. 그녀가 딸을 위해 만든 아름다운 색상과 자수의 아동복은 모자 부티크의 상류층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그녀의 이름과 랑방의 가치를 알려지게 했다. 

실제로 잔느 랑방은 1909년, 소녀와 성인 여성이 모두 입을 수 있는 라인을 추가하며 모든 연령대의 여성이 입을 수 있는 로맨틱하고 섬세한 디자인의 의상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에는 파리 오트쿠튀르 조합에 정식으로 가입하면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자인 하우스로 자리 잡아갔다.

또한 '여성 향수 선물 추천 리스트'에 항상 등장하는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Éclat d'Arpège)' 역시 딸을 위한 그녀의 작품이었다. 상큼하면서도 우아한 향을 가진 이 제품은 1927년, 딸의 30세 생일을 기념하며 출시한 향수다. 이 향수는 현재까지도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잔느 랑방에게 있어 그녀의 딸 마거릿은 그녀의 영원한 뮤즈이자 디자인의 영감이었으며, 창조의 원동력이었다. 딸이 아름답고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지극한 어머니의 사랑과 따스함을 그대로 녹여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와 딸이 손을 잡고 있는 모양을 연상시키는 랑방의 로고 역시 1922년부터 사용된 것으로, 이 시기부터 오랜 시간 동안 랑방의 상징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사진=랑방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랑방은 단순함이 칭송받던 시절, 자신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지켜냈다. (사진=랑방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랑방, 우아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다

시폰과 새틴 등 부드러운 소재와 로맨틱한 컬러, 섬세한 수공예 기법 등 로맨틱하고 여성스러운 스타일로 대표되는 랑방은 사실 그녀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대에 사랑받던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1930년대까지는 모더니즘의 시대로, 장 파투(Jean Patou)나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 의 디자인과 같이 실용적이고도 단순한 의상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랑방은 로맨틱하고도 우아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켰다. 심플한 라인의 드레스에 정교한 수공예 장식을 더해 로맨틱하고 우아한 여성미를 표현했다.

시폰, 새틴, 벨벳, 실크 등 부드러운 소재와 로맨틱한 컬러, 거기에 리본, 꽃 장식, 자수 등 섬세한 수공예 기법을 가미해 낭만적인 여성미의 극치로 차별화를 이뤄낸 랑방은 극단적인 모던 스타일에 대응하는 페미닌(feminine) 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특히 이 수공예 디테일은 랑방 하우스의 숙련된 기술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랑방만의 시그니처로 자리잡았다. 

이렇듯 모자 사업으로 시작한 잔느 랑방은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아동복, 여성복, 웨딩, 란제리, 스포츠 웨어, 모피, 향수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으며, 1926년에는 남성복 라인을 전개하며 모든 가족을 위한 패션을 제공하는 디자인 하우스로 손꼽히고 있다. 진득한 모성애로 시작해 모든 여성들에게 아름다운 로맨틱한 경험을 선사한 랑방은 현재까지도 같은 색을 유지하고 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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