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왕실이 선택한 향수 브랜드, '크리드(CREED)'
[브랜드 이거 아니?] 왕실이 선택한 향수 브랜드, '크리드(CREED)'
  • 이지원
  • 승인 2020.06.1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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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니치 향수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크리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캡처)
최근에는 니치 향수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크리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캡처)

과거 향수 시장의 트렌드가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대중적인 향'을 가진 향수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향수 시장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중적인 향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니치 향수'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작은 만족을 위해서라면 비싼 가격도 마다하지 않으며 '나를 위한 소비'를 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니치 향수 시장을 폭발적으로 확산시켰다. '틈새'를 뜻하는 이탈리아 단어 '니치(Niche)'를 포함한 니치 향수는 일반 향수와는 달리 특정 취향, 소수를 위한 특별한 향수를 뜻한다. 

해당 향수의 경우 천연 원료로부터 향을 추출하고, 원료의 본래 향을 보존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향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독특한 향으로 희소성을 높여 일반 향수보다 가격대가 훨씬 비싼 것이 특징이다.

즉, 니치 향수의 트렌드는 자신의 개성을 확보하고 싶어 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가치 소비'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니치 향수에 대한 20~30대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열린 니치 향수 브랜드 딥티크 팝업스토어는 하루 1000명 이상 방문했으며, 팝업스토어가 열린 한 달 동안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게시되는 딥티크 관련 게시물은 전월 대비 640% 증가하기도 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니치 향수의 경우 그 브랜드 또한 다양해졌지만, 그 중에서도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는 반드시 존재한다. 260년 역사를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니치 향수 브랜드, '크리드(CREED)'를 소개한다. 

26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향수 브랜드, '크리드(CREED)' (사진=크리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크리드의 경우 '명품 향수'라는 애칭을 갖고 있을 정도로 비싼 가격과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1760년부터 시작된 이들의 역사는 올해로 26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크리드의 창립자 제임스 헨리 크리스는 영국 런던에 '하우스 오브 크리드'사를 설립했다. 본래는 맞춤형 양복점으로 시작한 하우스 오브 크리드사는 1781년부터 킹 조지 3세의 명령으로 인해 향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1985년 만들어진 '그린 아이리시 트위드'는 크리드에게 첫 번째 성공을 안겨 줬으며, 이 당시 크리드는 "새로운 장르의 향을 만들어냈다"며 주목받기도 했다. 

특히 최고급 원료만을 사용하고 수작업으로 향수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명성을 얻게 된 하우스 오브 크리드사는 나폴레옹 3세와 유지니 황후, 헝가리왕족, 엘리자베스 여왕을 비롯해 유럽 모든 국가의 왕실에서 찬사를 받기 시작했다.

유럽의 왕실은 예로부터 왕실 공식 향수를 엄격하게 지정한 바 있으며, 이후 빅토리아 여왕에 의해 왕실의 공식 향수로 지정됐다. 이렇듯 설립 초기에는 상류층에서만 비밀스럽게 누려온 크리드의 독창적인 향기는 그 작품성을 인정받게 된다. 

이후 1854년, 나폴레옹 3세와 유지니 황후에 의해 크리드의 가문 전체는 프랑스로 이주하게 된다. 이러한 인연으로 크리드사는 현재까지도 프랑스에 자리를 잡고 있다. 

크리드에게 첫 번째 성공을 안겨 준 '그린 아이리쉬 트위드' (사진=크리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크리드에게 첫 번째 성공을 안겨 준 '그린 아이리쉬 트위드' (사진=크리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크리드가 260년 동안의 역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7세대를 이어온 가문경영 방식과 높은 산 속과 광활한 평야 속 천연 재료를 직접 수집하러 다니는 열정 덕분이다. 

실제로도 크리드의 가문경영은 역사적으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가문경영을 한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오랜 가문경영을 통해 크리드 특유의 제작방식과 제품생산 방식을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7세대를 이어온 가문경영방식을 통해 크리드는 정체성을 확고하게 유지할 수 있었으며, 현재까지 '마스터 퍼퓨머(Master Perfumer)'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계승한 세계 100대 기업에 속하기도 한다. 선대의 정신 그대로를 이으며 고집스러운 향료선택과 까다로운 수작업을 거치는 제조방식은 전통을 선택함과 동시에 고급스러운 명품 향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추구하는 모토가 될 수 있었다.

현재까지도 크리드는 수제 혼합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의 향수 제조업에서는 대량 생산의 문제 때문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수제 기술은 중량측정, 혼합, 분쇄, 그리고 여과 작업 등 모든 작업을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창업자 제임스 헨리 크리드 이후 변함없이 지켜온 것이다.

특히 크리드의 경우에는 자연을 모티브로 조향영감을 얻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대한 가깝게 표현해내는 것을 강조한다. 모든 제품의 99%가 천연향료로 이루어지는 천연 조향재료는 재료의 숙성과 여과부터 손으로 직접 제작한다. 이같은 수제 기술을 바탕으로 크리드만의 바닐라, 시벳, 머스크 등의 혼합물을 만들어 오고 있다.

가장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 크리드의 '어벤투스' (사진=크리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가장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 크리드의 '어벤투스' (사진=크리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크리드의 또 다른 인기 요소는 유명인들의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크리드-오더메이드' 방식이다. 해당 방식은 주문자의 특성과 성향에 맞는 특별한 생산방식으로, 마스터 퍼퓨머와 2~3회 가량 인터뷰를 진행 후 이를 통해 원하는 성향이나 콘셉트를 직접 지정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무려 6개월~1년여 동안의 천연재료 채집과 조향으로 완성되는 크리드 오더메이드 제품은 10ℓ를 제작하는 데 2만 5000달러~10만 달러 수준으로, 그레이스 켈리 왕비, 다이애나 황태자비, 찰스 황태자, 오드리 헵번,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윈스턴 처칠, 데이비드 베컴 부부, 기네스 펠트로 등의 유명인사들이 해당 향수를 제작했다고 전해진다. 

만들어진 향수는 5년 동안 주문자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급하고, 5년 뒤에는 크리드로 권리가 이전돼 대중에게 판매되기도 한다. 향수를 만들기 위한 인터뷰를 잡는 것만으로도 1년여가 소요되는 크리드의 오더메이드 서비스는 직계 크리드가 만들어내는 작품 중 하나로 취급되며, 생산하는 기간만 3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전해진다.  

다만 이들의 역사에 의문을 표하는 경우도 다수 포착된다. 현재 남아 있는 기록에 의하면 1975년부터 니치향수를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난 탓이다. 약 200년에 달하는 시간의 부재로 인해 그 역사에 의문을 갖는 이들도 다수 발견되지만, '신비주의' 마케팅이라며 그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게 사는 이들 역시 존재한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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