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저축은행 비리 3차 수사결과가 발표된 서울중앙지검 13층 브리핑룸에는 유명작가의 고가 그림들이 실물로 공개됐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이날 브리핑에서 도상봉 화백의 '라일락'과 이중섭 화백의 '가족' 등 2개의 그림을 취재진에 내보였다.
이 그림들은 지난해 7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50·구속기소)이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6·구속기소)으로부터 미래저축은행이 금융감독원 검사 과정에서 지적되지 않게 해 달라는 청탁 명목으로 받은 뇌물이다. 그림이 '범죄의 도구'로 악용된 경우다.
현재 시중에서 '라일락'은 시가 3억원 상당에 거래되는 고가의 미술품이다.
이 그림과 관련해 합수단 관계자는 "김 회장 집무실 뒷편에 걸려있던 그림"이라며 "김 회장은 평소 미래저축은행 본점 4층에 갤러리를 운영하며 인근 주민들에게 갤러리를 개방했고 수장고에 따로 그림을 보관해 왔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해 9월 한 미술품 경매업체로부터 20억원을 대출받으면서 미래저축은행 소유인 앤디 워홀의 '플라워'(구입가 25억원)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추상'(구입가 21억원)을 담보로 제공했다.
김 회장은 또 2006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은행과 하나캐피탈 등으로부터 담보로 제공받은 그림들을 임의로 처분해 총 101억7635만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 회장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미래저축은행 및 자신이 실제 운영하는 (주)칩스페이스와 노블카운티(주) 소유의 미술품 총 12점, 95억원 상당과 미술품 판매대금 7억원 등 총 102억원 상당을 개인 담보로 제공·매각하거나 임 회장에게 선물하는 수법으로 횡령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서미갤러리와 원앤제이갤러리에 합계 240억원을 빌려주고 담보로 받은 252억1000만원 상당의 건물과 미술품들을 임의로 담보해지해 솔로몬저축은행과 하나캐피탈에 다시 담보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담보물의 유효담보가를 낮추어 은행에 총 157억4000만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도 받고 있다.
이중 서미갤러리에 빌려준 145억원에 대한 담보로 받은 서울 종로구 소재 건물과 루이스 부르주아의 '더 팩토리'를 포함한 미술품 5점 등 총 152억8000만원 상당은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거나 하나캐피탈에 증자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대출금과 담보로 활용했다.
그 결과 59억원 상당의 미술품 5점이 감정평가액의 절반에 불과한 17억5000만원의 담보물로 책정되는 등 회사에 82억60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손실을 발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