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與 대선후보로 거론 '부정'
정운찬, 與 대선후보로 거론 '부정'
  • 김동성 기자
  • 승인 2012.06.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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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21일 "앞으로 여당의 (대선) 후보로 거론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혀온 정 전 총리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자꾸 (나에 대해) 대선후보 얘기를 하는데 난 어떤 당에도 입당한 적이 없고, 새누리당과는 철학이 같지 않다. 여권의 잠룡(潛龍)이나 잠재적 대선후보로 거론되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다"며 이 같이 밝혔다.

▲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동반성장연구소 창립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동반성장 연구소를 출범시키며 잠재적 대권 후보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뉴스1

정 전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 참여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총리는 지난 4월 새누리당 비박(非朴·비박근혜)계 대선주자의 한 명인 이재오 의원이 입당과 함께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권유했으나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선 "거부했다기보다 '1~2일 더 생각해본다'고 했는데, 내가 생각해보기도 전에 그 사람들이 완전국민경선을 주장하며 앞으로 나갔다"며 "(권유를 받은) 다음날쯤 '아직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고, 그 이후엔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의 대선출마 권유 등 제안이 없었냐는 물음에도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정 전 총리는 최근 동반성장연구소 설립과 관련, '대선행보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데 대해선 "'동반성장의 전도사 역할에 머물지 않고 그 추진 주체로 나설 욕심은 없냐'고 물어보는 것 같은데 현재는 그럴 의도가 없다"면서 "연구소는 동반성장의 가치를 알리고 우리 사회를 동반성장체제로 만들기 위해 만든 것이다. 다른 해석은 사양한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또 "사람은 어느 자리에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는 정치할 계획이 없다. 동반성장을 위해서만 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여야 누구든 내 뜻과 같은 사람이 있다면 같이 논의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본인이 직접 대선후보로 직접 나서진 않더라도 다른 후보를 지원할 수는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전 총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연대할 뜻이 있냐'는 질문엔 "안 원장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정치·경제에 대한 의견을 다 들어보지 못했다"며 "안 원장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이라도 동반성장 가치에 동의한다면 같이 의논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한 배경에 대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와 지속발전을 위한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대부분의 복지 논의는 사후적 분배를 강조하는 것이나, 동반성장을 하면 생산과정에서부터 복지를 고려할 수 있다. 정치권이나 정부 등에서 동반성장, 복지, 경제민주화가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우린 순수한 민간단체로서 보다 자유롭게 동반성장에 관해 논의, 홍보, 교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소가 구로디지털단지 내에 위치한데 대해선 "동반성장위원장 퇴임사에서 말했듯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걸 실천한 것"이라며 "구로디지털단지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심장이고 미래다. 이들 중소기업의 애로를 가까이서 듣고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총리는 "북한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이 굉장히 위험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 사회를 위험하게 하는 게 바로 양극화다. 그런데 재계도, 정부도 아직 이 점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론 대·중소기업이 같이 가야 성공할 수 있는데, 단기적으론 성장에 저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는 지식경제부가 지난 11일 삼성전자 등 45개 대기업과 ‘성과공유제’ 추진협약을 체결한데 대해선 “성과공유제는 중소기업의 원가절감에 따른 이익을 대기업과 나누는 것으로서 지난 5년 간 시행해본 결과 실패한 것으로 판명됐다”며 “그런데도 정부 관료들이 이런 방안을 통해 동반성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면 (내가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남는 이익을 (중소기업과) 나누는 것"이라며 "비록 협력과정에선 대기업이 납품가 후려치기 등을 통해 이익을 많이 냈더라도 그 일부를 중소기업에 보상 차원으로 환원하란 것"이라고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성과공유제를 하면 중소기업의 장부를 봐야 되고, 이익공유제를 하면 대기업의 장부를 보게 되기 때문에 서로 싫어한다"며 "그러나 정부는 대기업이 장부를 보여주기 싫어하는 건 용인하고, 중소기업이 장부를 보여주기 싫어하는 건 '앞으로 보여 달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밖에 정 전 총리는 새누리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인 이한구 원내대표가 경제 민주화 논의와 관련, '시장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대해선 "시장 공정성을 강조하는 중도파의 의견은 프로레슬링 선수와 초등학교 학생 간 시합이 룰에 따라 이뤄지기만 한다면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거론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정 전 총리는 "경제 민주주의는 단순히 불공정거래, 일감몰아주기,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를 하는 게 아니고, 재벌 대기업, 중소기업, 노동자 등이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