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 입법예고...낙태죄는 유지 '여성계 반발'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 입법예고...낙태죄는 유지 '여성계 반발'
  • 임은주
  • 승인 2020.10.0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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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페미니즘' 대학생 연합동아리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임신 중단에 허락은 필요 없다,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모두의 페미니즘' 대학생 연합동아리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임신 중단에 허락은 필요 없다,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또 임신 24주까지도 사회적·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다.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날 임신 14주까지는 특별한 사유없이도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4월 헌재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마련됐다. 헌재는 당시 모든 낙태를 처벌하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건 기본권 침해라는 판단이었다

이에 헌재는 올해 12월31일까지 형법상 낙태죄를 개선하라고 주문했고, 이에 관계부처가 1년6개월 만에 개선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개정안에 임신 14주 이내에는 어떤 경우에든 본인이 결정하면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임신 15~24주라도 법률에 명시된 사유를 충족하면 처벌하지 않도록 허용요건을 추가했다. 

명시된 사유는 ▲강간 등 범죄행위로 임신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 임신한 경우 ▲임신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여성을 곤경에 처할 우려가 있는 경우 ▲임신한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낙태를 허용하는 절차적 요건도 형법상 명시됐다. 낙태방법은 '의사가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을 사용해야 하며, 경제·사회적 이유의 낙태는 상담과 24시간의 숙려기간을 필히 거치도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임신 초기 여성들은 전문 의료기관에서 안전하게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자연유산 유도약물을 허용해 낙태 시술방법의 선택권을 확대했다. 

의사는 시술방법, 후유증, 준수사항 등을 시술 전에 충분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고, 본인의 서면동의 규정도 마련했다. 심신장애자는 법정대리인 동의로 갈음할 수 있고,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보호자 동의없이 상담사실확인서 등이 있으면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의사가 개인적 신념에 따라 낙태 진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인정했다. 대신 시술요청을 거부한 의사는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상담기관을 안내해야한다. 

다만 임신 뒤 일정 기간 이후의 낙태에는 처벌 조항이 유지될 전망이어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해 온 여성 단체의 반발 등 법 개정 과정의 진통이 예상된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과 관련해 "그간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서지현 검사(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 역시 "위헌적 법률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서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권적 측면을 떠나 주 수 제한 내용의 낙태죄 부활은 형벌의 명확성, 보충성, 구성 요건의 입증 가능성 등에 현저히 반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반면, 이날 전국 대학교 여성 교수들 174명은 성명서를 통해 임신 14주까지 중절을 허용하는 개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태아 살인을 정당화하고 생명 경시 풍토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태아는 여성의 신체의 일부가 아닌 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될, 생명권을 가진 독립된 생명체"라며 "대부분의 낙태가 12주 안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모든 낙태를 허용하는 셈"이라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