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소송' 판결 앞두고 '진흙탕 공격' 논란
LG화학,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소송' 판결 앞두고 '진흙탕 공격' 논란
  • 정단비
  • 승인 2020.10.2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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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임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Trump Should Stay Out of Korean Dispute(트럼프는 한국 분쟁에 관여하지 말라)' 기명 기고
장승세 LG화학 전지사업본부 경영전략총괄 전무가 기고한 WSJ 기고 일부 발췌
장승세 LG화학 전지사업본부 경영전략총괄 전무가 기고한 WSJ 기고 일부 발췌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연이어 소송 최종 결정을 연기하면서 공방은 더 가열되고 있다.

지난 27일 ITC 위원회는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정을 12월 10일로 미뤘다. 앞서 1차로 21일 연기한데 이어 추가로 45일을 또 연기한 것이다.

이로 인해 소송절차가 더 길어지게 되자 SK이노베이션 측은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며 "소송의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하여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합의의 가능성을 열어둔 입장을 전했다.

반면 LG화학 측은 SK이노베이션을 더 맹렬하게 공격하는 쪽을 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장승세 LG화학 전지사업본부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에 'Trump Should Stay Out of Korean Dispute(트럼프는 한국 분쟁에 관여하지 말라)'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앞서 14일 홀맨 젠킨스 칼럼니스트가 ‘SK-LG 배터리 소송 미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글에서  "‘SK-LG 배터리 소송’은 조지아주에서 반드시 승리를 얻어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와일드 카드가 될 수도 있다"며 "(만약 SK가 패소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결정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내용을 쓴 것에 대한 반박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장승세 전무가 SK이노베이션을 '지적재산권 약탈범(intellectual-property thief)'으로 지칭하는 등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아직 최종 판결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부적절한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해당 기고에서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조지아에서 불법 한국인 채용을 하고 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을 줄 만한 기업이 아니다' 등 다른 논란까지 끌어다 쓰는 모습은 한국 기업들의 진흙탕 싸움을 미국의 저명 경제지에서 만나게 된 대목이라 씁쓸함을 자아낸다.

한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입비밀 침해소송'은 미국 내에서도 여러 가지 사안과 맞물려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2000개의 일자리와 26억달러의 투자를 약속한 상황이며 폭스바겐의 테네시주 공장, 포드의 미시간주 공장 등은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할 경우 배터리를 공급 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포드는 "전기차 배터리는 손전등 배터리처럼 쉽게 다른 것으로 교체할 수 없다"고 미국 무역재판소에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