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발이 폭탄으로...경악
서민들의 발이 폭탄으로...경악
  • 김세영 기자
  • 승인 2011.08.1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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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폭발하다니, 서민들 뭘 타고 다니나

지난 9일 오후 5시께 서울 성동구 행당동 행당역 주변에서 241번 천연가스(CNG) 시내버스가 신호 대기 중 출발과 함께 폭발했다. 이 사고로 버스운전사 뒷좌석에 앉아있던 20대 여성의 발뒤꿈치가 잘려나가는 등 버스 승객 17명이 부상당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이 폭발 사고로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주요도시의 시내버스가 일제점검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지경부, 올 연초 결함 발견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경부와 교통안전공단,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이미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약 3개월간 전국의 CNG버스 4300대를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해 그 결과 100대 중 5대 꼴인 200여대에서 연료용기 결함이 발견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관련 법 개정 외에 별도의 적극적인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실상 지난 9일 발생한 CNG버스 폭발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점검은 전수 조사를 원칙으로 하되, 버스 운행 등으로 전수 조사가 불가능한 업체에선 5~10대당 1대씩 샘플 검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전체 4300대 중 4.7%에 해당하는 201대의 버스에서 용기 결함이 발견됐고, 이 중 폭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결함인 연료 누출이 134건을 차지했다. 또 용기 부식도 18건이나 확인됐고, 수도 차단밸브 손잡이 손상과 고저압 안전밸브 연결선 탈락도 12건씩 적발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확인 후 가스가 누출된 밸브 등은 수리했지만, 부식된 용기는 대부분 부분 도색만 하고 그대로 운행됐다. 더구나 이번에 폭발 사고가 난 이탈리아산 가스용기는 사고 전력이 없다며 아예 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경부는 CNG버스 안전관리를 위해 3년에 한 번 가스용기에 대해 내시경 또는 초음파 촬영으로 정밀 진단을 시행하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놓은 상태였고, 이르면 내달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장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하고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과 사고 전력이 없다는 이유로 점검 대상에 제외시킨 점에 대해서는 비판의 소지가 커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여야, 버스 폭발사고 ‘입장차’

정치권에서는 버스 폭발 사고를 두고 여야가 서로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한나라당은 CNG버스 폭발 방지에 초점을 두고 적극적 대책 마련을 주문했으며, 민주당은 CNG버스 폭발의 책임을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돌리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시민들이 안전하게 버스를 탈 수 있게 하는 것이 친서민정책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이어 “CNG버스 연료용기 결함은 이미 올해 초에 확인됐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미흡한 조치만 했지 근본적 조치하지 않았다”며 “버스 이용자들은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지금 당장 긴급 당정을 열든지 해서 장기적인 점검을 하는 것은 물론 모든 버스를 조사하는 긴급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버스가 폭발돼 20대 여성 다리가 절단돼 아무도 버스를 안탄다고 한다”며 “보도에 따르면 10년 동안 버스를 점검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내며 무엇을 했나. 버스 노선 등 눈에 보이는 것 만 정비하지 않았냐”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오세훈 시장은 눈에 보이는 일 보다는 버스라도 제대로 정비해 시민들이 안심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를 바란다”며 “그토록 반대하는 4대강 준설을 고집하다가는 버스꼴 난다”고 경고했다.

동일 버스 263대 소재 ‘미파악’

한편 사고가 난 CNG버스에 장착된 가스용기와 동일 제품을 사용하는 또 다른 버스 263대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은 “가스공사가 제출한 ‘CNG버스 점검대상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버스폭발 사고에 장착된 가스용기는 이탈리아 파베사 제품”이라며 “지식경제부와 가스공사는 동일 제품을 장착한 버스 761대 가운데 263대가 어디서 운행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2차, 3차 폭발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선 문제의 가스용기를 장착한 차량의 운행을 당장 정지시켜야 한다”며 761대 전체의 운행 중지를 주장한 뒤, “해당 용기를 즉시 회수해 폐기하고 새로운 용기로 교체한 뒤 운행을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해 서울시의 추진하는 동일시기에 제작된 버스 120대에 운행정지 발표에 대한 신뢰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