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인도 마힌드라 우선협상대상자로...
쌍용자동차, 인도 마힌드라 우선협상대상자로...
  • 송혜정 기자
  • 승인 2011.08.2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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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못미치는 인수조건에도 우선협상자로

쌍용자동차와 매각주간사는 지난 8월10일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3개사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결과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社(Mahindra&Mahindra Limited)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쌍용차에 따르면 지난 10일 입찰 마감 결과 6개의 예비실사 적격자 중 3개사가 입찰제안서 제출해서 입찰금액 규모, 자금조달 능력, 향후 경영계획 등 종합적인 평가 통해 최종 선정되었다. 쌍용자동차는 이들 입찰참가자가 제출한 입찰서류를 바탕으로 △회사를 실제로 직접 경영하여 발전시킬 의사와 능력 △인수 후 경영계획의 적정성 △종업원 고용보장 및 단체협약 승계여부 △총 입찰금액의 규모 △유상증자 금액 △회사채 인수금액 및 발행조건 △자금조달증빙의 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 평가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쌍용차와 매각주간사는 우선협상대상자에게서 입찰대금의 5% 수준인 입찰이행 보증금을 받은 뒤 8월 말까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확인실사를 거쳐 10월 인수대금 확정, 11월 중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입찰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마힌드라&마힌드라는 처음부터 삼성증권과 유럽계 로스차일드를 인수 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기대에 못미치는 인수조건에도 OK

현재 알려진 마힌드라의 인수제시 가격은 4억8000만달러, 약 5563억원 수준이다. 쌍용차와 채권단이 내심 기대했던 6000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불구, 법원과 채권단은 마지노선을 지키지 못한 마힌드라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것은 르노-닛산의 인수전 최종 불참으로 매각작업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금액 자체가 채권단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닌데다 고용 승계와 향후 투자 등에 대한 부분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지못해 차선의 선택을 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르노-닛산이 막판에 쌍용차 인수전 불참선언으로 매각 작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지난 11일 쌍용차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 매각 주체는 시간을 더 끌거나 유찰이 될 경우는 매각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이기에 마힌드라가 6000억원 아래로 가격을 제시했다 하더라도 추후 채무변제 옵션 등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는 만큼, 가장 근접한 가격을 써낸 마힌드라와 일단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르노-닛산, 쌍용차 인수 불참 공장증설로 선회

반면 쌍용자동차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던 르노-닛산은 앞서 10일 최종 인수제안서 제출을 포기했다. 르노-닛산의 정확한 불참 배경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쌍용차 경영권 인수에 대한 재무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르노-닛산의 인수 불참 결정은 일본 닛산 본사 차원에서 전문가들을 동원해 적정 인수 가격을 면밀히 검토해본 결과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르노-닛산은 아시아 생산기지 확대를 위해 쌍용차 인수를 검토해왔으나 쌍용차 인수 이후 정상화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자금을 감안하면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증설하는 등의 투자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방향을 선회하여 인수전 포기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관련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주인 찾는 쌍용차

쌍용차는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작년 초 기업 회생절차 신청을 내고 경영에서 손을 뗀 뒤부터 새로운 주인을 찾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지난해 1월 쌍용차는 글로벌 경기침체 등에 따른 급격한 실적 부진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법정관리 체제에 들어갔고 법정관리가 개시된 이후 쌍용차는 인력의 37%를 감원하는 고육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쌍용차 노조는 이에 반발해서 무려 77일간 평택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을 벌였고, 이때의 노사분규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1만5천대 가까운 생산차질과 3천16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 물론 이로 인한 기업이미지 실추와 제품 구매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과 외면을 포함하면 그 당시 쌍용차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졌으며, 미래는 암울하기만 했고 회사의 존재여부 조차 불투명해지기도 했다.

쌍용차는 이러한 진통을 겪은 끝에 지난해 8월 파업을 마무리하고 2천646여명에 이르는 인력을 구조조정했다. 파업 종료 1주일 만에 신속히 생산라인을 정비하고 조업을 재개했으며 생산 재개 이후 예전의 판매량을 회복해 나가면서 자산 매각 작업도 진행하는 한편, 작년 9월에는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노조도 회사살리기에 나서 상급단체였던 민주노총을 전격 탈퇴하고 완성차 업계 최초로 독립노조의 길을 택하면서 점거 파업의 충격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이러한 자구노력으로 작년 말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 강제인가 결정을 받고 회사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결국 마힌드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게 된 것이다.

쌍용차 인수 나선 인도 마힌드라는 어떤 회사?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마힌드라&마힌드라그룹은 1945년에 인도 펀자브 지방에서 설립돼 자동차, 금융, 부동산, IT, 농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자산규모만 71억 달러에 이르고 전세계에서 10만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인도에서는 재계 10위권에 들 정도로 자금력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의 주력인 마힌드라는 농업용 트랙터를 생산하다 지난 95년 포드와 합작회사를 설립, SUV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이어 2005년에는 프랑스 르노자동차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세단 시장에도 진출했다. 최근에는 스콜피오라는 자체 브랜드의 소형 SUV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마힌드라의 SUV는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이 50%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도의 대표적 전기차 업체 레바를 전격 인수하며 전기차 사업에도 뛰어 들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마힌드라는 지난해부터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픽업트럭 등 상용차의 미국 수출을 추진해 왔지만 안전 규격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쌍용차 기술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또한 라이벌인 타타그룹이 구 대우상용차(트럭부문)를 인수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자 쌍용차 인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부족한 기술력을 보완하고 생산 차종을 다양화하기 위한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단물만 빼먹은 상하이차의 악몽 재현될까 우려

쌍용차는 올해 하반기 '코란도C'를 출시, 본격적인 회생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쌍용차의 회생을 적극 지원해줄 수 있는 인수자가 절실하다.

쌍용차의 앞선 기술을 노렸던 상하이차는 약속했던 투자는 뒤로 미룬채 쌍용차가 보유한 고급 기술들만을 빼가면서 단물만 먹고 빠졌다. 그래서 이런 아픔이 있는 쌍용차에게 마힌드라로의 인수는 사실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쌍용차입장에서는 자신들보다 앞선 기술을 가진, 기술을 빼가는 것이 목적이 아닌 회생과 성장이라는 목적 달성이 가능한 르노-닛산에게 인수되기를 은근히 바랬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에 새롭게 떠오른 인수자를 보면 쌍용차 자체의 회생보다는 보유한 기술에 더 관심을 많이 가진다는 점에서 제2의 상하이차의 악몽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마힌드라 선정에 술렁이는 쌍용차

쌍용차 노조는 어떤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노조 입장은 단협 및 고용 승계, 실질적 투자, 정부와 지자체의 보증을 원하고 있다. 쌍용차 해고자와 휴직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인도시장 개척이란 유리한 면을 인정하면서도 기술력 발전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쌍용차 내부적으로는 선진 기술력과 판매망 등 기본인프라를 갖춘 르노-닛산 선정에 대한 회사 안팎의 기대가 높았는데, 르노-닛산이 입찰 막판에 포기하는 바람에 다소 김빠진 결과에 실망하고 있다. 노조는 작년 파업 이후 무급휴직자(468명)와 해고자(192명)들에 대한 고용 문제를 반드시 짚고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 120여명은 평택역 앞에서 쌍용차가 매각돼 작년에 이어 다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해고자 복직이 더욱 어렵게 된다며 '쌍용차 졸속매각 반대 야간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상하이차 '먹튀' 논란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 쌍용차를 살릴 수 있는 업체인지 마힌드라의 기술력과 자금력 등을 철저히 검증해 국가경제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 반응은 부정적, 기술유출 의혹 해소 전제돼야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인도 마힌드라가 선정된 것과 관련, 업계와 시장의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거나 떨떠름한 상태이다. 다름아니라 마힌드라가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제2의 상하이차 같은 ‘먹튀’가 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또한 르노-닛산과 같은 해외 유명메이커가 아닌 인도의 기업이 인수한다는 것에 대한 브랜드 가치 하락과 심리적인 부담감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마힌드라는 선진시장을 뚫기 위해 초기에는 쌍용차의 기술력에 관심을 보이며 투자의지도 보일지 모르나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더라도 채무문제 등으로 쌍용차와 추후 협상을 하다 자금 문제 등으로 협상이 깨질 수 있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마힌드라는 쌍용차가 갖고 있는 기술을 보고서 들어왔다는 평가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쌍용차 가치산정에 대해 안정적이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투자자들은 과거 상하이차 인수를 떠올릴 것이기에 이같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가급적 빠른 시일안에 적절한 청사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쌍용차 매각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새 주인으로 최종 선정되어 경영을 잘 해 기업가치가 높아진다면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상하이차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구원투수가 될지 아니면 먹튀가 될지 향후 진행상황에 따라 우리 경제와 자동차 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