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후원선수 성적표에 웃고 울다
금융업계, 후원선수 성적표에 웃고 울다
  • 정도민 기자
  • 승인 2012.08.10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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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이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낼 것이 확실시되면서 금융권에도 뚜렷히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후원선수의 메달색깔 또는 성적표에 따라 웃고 우는 희비쌍곡선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선견지명'이 있는 똑똑한 올림픽 금융상품 출시로 재미를 보는 곳도 있다.

◇ '숨은 진주' 양학선 후원한 신한금융 '대박'
이번 올림픽으로 가장 대박이 난 금융사는 신한금융지주다.

올림픽에서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도마의 신' 양학선 선수를 후원한 것이 결실을 맺으면서 신한금융은 요즘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셈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5월부터 비인기종목 유망주를 지원하는 '신한 루키 스폰서십'을 통해 양학선을 후원해왔다. 지원 금액은 9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현재 양 선수의 광고를 가장 우선적으로 체결할 수 있는 특권을 갖고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까지 전해지면서 양 선수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만큼 신한금융은 양학선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광고비와는 별도로 포스코건설에서 지급한 1억원에 상당하는 포상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은 자체 탁구와 레슬링단에 소속된 7명의 선수들이 런던올림픽에서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김현우 선수가 8년 만에 레슬링 금메달을 가져온데 이어 남자탁구에선 유승민, 주세혁 선수가 단체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거머지었다.

판정 번복의 아픔을 딛고 두개의 은메달을 획득한 박태환 선수의 경우 소속 선수단은 아니지만 삼성생명의 광고모델로 활동중이다.

삼성생명 측은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을 대상으로 포상금 지급과 함께 광고진행 여부도 검토중이다.

반면 후원선수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제출하면서 속이 쓰린 금융사도 있다.

국민은행은 자체 사격단 소속의 김대웅 선수가 25m 속사권총 경기에 출전했지만 10위에 그치며 결선진출에 실패했다.

김 선수가 지난 5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12 국제사격연맹 월드컵 사격대회’에서 속사권총 부문 동메달을 차지했던 유망주였던터라 국민은행으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우리은행 역시 사격단 소속의 나윤경 선수가 50m 소총 경기에 출전했지만 예선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 2010년 말 사격대회를 개최해 당시 1등을 차지한 진종오 선수에게 1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도 정작 이번 올림픽엔 따로 후원계약은 체결하지 않아 더욱 허탈한 심정이다.

진 선수는 이번 대회에 2관왕에 오르면서 역대 올림픽에서만 무려 5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나銀 축구성적에 따라 우대금리 주는 상품 출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이번 올림픽에서의 한국선수단의 성적에 따라 고객들에게 우대금리를 주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 3월 한국 축구대표팀 성적에 따라 보너스 금리를 제공하는 '오! 필승 코리아 적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3년제 정액적립식 가입고객에게는 한국축구가 8강에 진출했을 때 0.1%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또 4강에 진출할 경우 추첨을 통해 최신형 뉴아이패드(70명), 결승에 진출하면 국민관광상품권 100만원권(100명) 등의 경품도 지급한다.

현재 올림픽축구대표팀은 개최국 영국을 꺾고 4강에 진출한뒤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3.4위전을 앞두고 있다.

국민스포츠인 축구의 인기몰이속에 이 상품은 판매마감일인 지난달 27일까지 5만6000좌에 1100억원어치나 팔렸다.

이 가운데 8강 진출을 통해 우대금리 혜택을 받는 구좌수는 1만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나은행은 조만간 4강 진출에 따른 경품 증정식을 가질 예정이다.

외환은행도 지난달 10일부터 한달 동안 '외화공동구매정기예금'을 판매했다.

이 상품은 우리나라의 금메달 획득 개수가 10개 이상이거나 종합순위 10위 달성 시 0.1%의 추가 이율을 제공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메달 숫자는 12개, 순위는 5위를 달리고 있어, 이미 조건을 채웠다.

연간 수천억대의 광고비를 주무르는 대형 시중은행들에게 우대금리나 경품비용은 '껌값'이다.

출시한 금융상품의 판매가 쑥쑥 늘어난데다 회사 이미지 제고 등 값으로 따질수 없는 홍보 효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금융상품 출시를 통한 올림픽 마케팅은 카드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카드는 S-OIL 주유소에서 3만원 이상 결제한 회원을 대상으로 한국대표팀이 금메달 13개 이상 획득시 추첨을 통해 주유 상품권을 제공하는 금메달 기원 이벤트를 펼쳤다.

총 1000명에게 주유상품권 20만원씩을 제공하는 이번 이벤트의 규모는 총 2억원에 이르지만 삼성카드는 큰 부담이 없다.

국내 보험사를 통해 이벤트성 보험에 가입해뒀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선수단의 금메달 목표가 10개에 불과했던만큼 삼성카드가 지불한 보험료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