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곤봉연기서 맨발투혼, 런던올림픽 초대 강심장 등극
손연재 곤봉연기서 맨발투혼, 런던올림픽 초대 강심장 등극
  • 문희연 기자
  • 승인 2012.08.11 0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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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18·세종고)가 대한민국 리듬체조 역사상 결선진출이라는 쾌거를 올리며 대한민국 리듬체조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게다가, 곤봉 연기도중 신발이 벗겨지는 불운을 겪었지만 맨발투혼을 불사르며 곤봉연기와 리본 연기의 점수를 합쳐 예선전 순위 6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손연재는 10일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리듬체조 개인종합 예선 둘째 날 곤봉 26.350점, 리본 28.050점으로 전날(후프 28.075점, 볼 27.825점)과 합계점수 110.300점을 받았다. 예선 종합 순위 6위. 출전 선수 24명 중 상위 10위까지 진출하는 결선에 가뿐이 올랐다. 손연재의 맨발투혼이 다시 한번 더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시작은 불안했다. 곤봉 연기 시작과 동시에 작은 실수도 있었다. '재즈머신'의 빠른 템포의 리듬에 맞춰 리드미컬한 곤봉동작을 보였지만, 연기 도중 턴을 돌다 오른발 슈즈가 벗겨졌다. 감점은 아니었으나 엄청난 긴장감을 동반하는 무대인 만큼 그의 결선진출을 바라는 온 국민의 숨이 멎는 듯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손연재는 특유의 강심장으로 무사히 연기를 마무리 지었다.

연기를 끝낸 손연재는 아쉬운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후프를 끝내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던 전날과는 달랐다. 전광판에 뜬 점수는 26.350점. 올 시즌 좀처럼 받지 않았던 26점대였다. 그 사이 알리야 가라예바, 알리나 막시멘코 등 경쟁자들이 치고 올라왔다. 전날 4위로 마감한 손연재는 3경기를 마쳤을 때 7위까지 밀렸다.

마지막 예선 종목은 리본. 곤봉에서의 저조한 성적은 이미 뇌리에서 지워버린 듯 표정은 이내 밝아져 있었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아리아 '어느 갠 날'에 맞춰 리본이 다양한 곡선을 그려냈다. 리본이 멈춰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높은 점수를 받기에 가장 체력 소모가 큰 종목이 리본이다. 있는 힘을 다한 손연재는 연기를 끝낸 뒤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실수 하나 없이 완벽했지만, 손연재는 웃지 않았다. 곤봉에서의 실수로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이제야 풀어진 듯, 오히려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전광판에 점수가 떴을 때야 옐레나 코치·김지희 코치와 함께 마음껏 기쁨을 나눴다. 28.050점. 첫날 후프에 이어 다시 28점대 점수가 나왔다. 최종 순위 6위.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결선 진출을 이뤘다.

한편, 손연재는 9일 오후(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여자 리듬체조 개인종합 예선에서 후프(28.075점), 볼(27.825점) 2종목 합계 55.900점을 받아 종합 4위를 기록했다.

후프와 볼, 절반의 연기를 마친 상태에서 전체 24명의 출전 선수 중 4위를 기록한 손연재는 상위 10명에게만 주어지는 결선 진출권 획득 가능성을 한껏 높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던 것.

10일 오후 곤봉과 리본의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리듬체조의 역사가 새롭게 쓰여질 지 관심이 집중됐었으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결선 진출의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한편, 리듬체조는 후프-볼-곤봉-리본의 4종목으로 이뤄진다. 던지기, 받기, 밸런스, 점프, 피루엣(발레에서 한쪽 발로 서서 빠르게 도는 것) 등이 기본 동작이다. 점수는 난도(D, difficulty)+예술(A, artistry)+실시(E, execution)의 합산 점수로 매겨진다.

각 종목별 30점 만점, 1분30초씩 연기한다. 28점대는 에이스의 점수다. 26점대는 괜찮은 점수, 24점대는 하위권에 분류되는 점수다. 올림픽의 경우 종목별 메달이 없다. 개인전, 단체전에 메달 2개가 걸려 있다. 손연재가 출전하는 개인전의 경우 4종목 점수를 합산해 랭킹을 매긴다.

각국 올림픽위원회별로 1명씩의 선수들이 출전하지만 세계 최강 러시아의 경우 2명이 출전한다. 만약 이러한 제한이 없다면 러시아 선수만의 잔치가 될 정도로 리듬체조는 러시아가 절대강자다.

이번 올림픽에는 '여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와 열아홉살 다리아 드미트리예바가 출전한다. 매 경기 30점 만점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는 카나예바의 올림픽 2연패가 유력하다.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은 오는 11일 오후 열린다. 결선에선 예선 점수가 소멸되고 10명의 선수가 네 종목의 연기를 다시 펼쳐 메달을 가린다. 잔 실수만 없다면 예선에서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손연재는 꿈에 그리던 결선 무대에서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새로 쓴다.

한편 예선 1위는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카나예바(116.000점)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