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여유 없으면 연애도 안 해.."'결혼' 꼭 안 해도 된다..사랑만으로 살 수 없어"
경제적 여유 없으면 연애도 안 해.."'결혼' 꼭 안 해도 된다..사랑만으로 살 수 없어"
  • 이영순
  • 승인 2021.08.3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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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에게 연애는 곧 '경제력'과 연관되는 듯 하다. 특히 결혼의 필요성과 출산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연애 경험’과 ‘연애관’ 및 ‘결혼관’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본적으로 결혼은 물론 연애 조차도 삶의 우선 순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이나 일보다는 사랑이 우선, 14.6% 불과
47.1% "좋아하는 사람 생겨도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면 연애를 하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절반 가량(47.1%)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연애를 시작하지 않을 것 같다는 주장에 공감을 했다. 이러한 인식은 2015년 조사에 비해 크게 증가한(15년 38%→21년 47.1%) 것으로, 사회전반적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지만 연애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특히 한창 연애를 할 시기인 20대 젊은 층(20대 56.8%, 30대 43.2%, 40대 45.6%, 50대 42.8%)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연애 자체를 시도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강하다. 반면 취업이나 일보다는 사랑이 우선이라는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체 응답자의 14.6%에 불과했는데, 연애가 우선 순위에서 밀릴 정도로 현재의 삶이 녹록하지 않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역시 20대가 다른 연령에 비해 취업이나 일보다는 사랑이 우선 순위라는 인식(20대 10.8%, 30대 16.8%, 40대 17.2%, 50대 13.6%)이 더욱 옅은 편이었다. 

 

데이트 비용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더 부담
54.1% "데이트 비용을 ‘더치페이’하는 문화가 활성화될 필요"

더 나아가 전체 절반 이상(54.1%)은 데이트 비용에서만큼은 ‘더치페이’를 하는 문화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남녀 모두 데이트 비용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이러한 인식은 성별(남성 53.6%, 여성 54.6%)과 연령(20대 55.6%, 30대 51.2%, 40대 58.4%, 50대 51.2%)에 관계 없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과거의 인식처럼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더 많이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는 시선(18.9%)은 매우 적었다. 그보다는 나이 어린 애인을 만나려면 데이트 비용을 좀 더 많이 부담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52.6%)을 남녀 모두(남성 54.8%, 여성 50.4%) 많이 하는 모습이었다.

실제 요즘 사람들이 평소 데이트 비용의 남녀 분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본 결과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데이트 비용은 성별에 관계 없이 경제적으로 더 여유 있는 사람이 더 많이 부담하거나(47.6%), 남녀 모두 똑같이 부담해야 한다(31.8%)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이다. 그에 비해 남자가 여자보다 좀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은 이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모습(15년 31.3%→21년 15.9%)으로, 데이트 비용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인식 21%
"사랑으로 결혼할 수 있다" 16.9% 불과

(사진=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사진=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연애가 일이나 취업보다 우선 순위가 아닌 상황에서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21%만이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성(남성 30.2%, 여성 11.8%)과 젊은 층(20대 18%, 30대 20.4%, 40대 20.4%, 50대 25.2%)이 결혼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미혼남녀’를 대상으로만 진행한 2013년 조사와 비교해보면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혼남녀가 절반 이상 줄어든(13년 38.2%→21년 17.8%) 것으로 나타나, 결혼을 기피하는 최근의 사회현상을 체감해볼 수 있었다.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연애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의 상황에서 결혼을 고민할 경우 전체 응답자의 36.3%가 돈 때문에 결혼할 자신이 없다고 응답한 것이다. 특히 실제 결혼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20대~30대 미혼남녀가 돈 때문에 결혼할 자신이 없다는 목소리(13년 35.5%→21년 51.5%)를 과거보다 훨씬 많이 내고 있어, 이들의 경제적 고민이 더 깊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경제적 여유가 갖춰져야만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인지 대다수(65.6%)는 가능한 비슷한 환경의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공통적이었다.

반면 ‘사랑’에 대한 환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돈이 없어도 사랑만 있다면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16.9%에 불과한 것으로, 그나마 남성(23.6%)과 50대(22.8%)가 낭만적인 생각을 좀 더 많이 하는 편이었다. 특히 미혼남녀의 경우 돈이 없어도 사랑만 있으면 결혼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13년 20%→21년 11.1%)가 거의 사라진 듯한 모습이었다. 또한 자신은 결혼 후에도 사랑이 절대 식거나 시들지 않을 것이고(17.4%), 권태기가 찾아오더라도 자신의 의지로 충분히 난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37.5%)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들이 적었다.

한편 결혼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혼’에 관대한 요즘 사회분위기도 엿볼 수 있었다. 전체 절반 정도(46.4%)가 결혼 후 성격이 안 맞으면 언제든지 이혼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남녀의 경우에는 과거에 비해 이러한 인식이 두 배 이상(13년 26.8%→21년 55.5%) 늘어났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