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 오너 2세 승계자금 마련위해 계열사들 부당 지원..'싸게 사고 몰아주고'
하림그룹, 오너 2세 승계자금 마련위해 계열사들 부당 지원..'싸게 사고 몰아주고'
  • 오정희
  • 승인 2021.10.2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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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품은 하림그룹 동일인 2세가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자회사

 

하림그룹이 김홍국 회장의 장남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에 부당지원을 한 것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기업집단 하림 소속 계열회사들이 ㈜올품(이하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올품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888백만 원을 부과한다고 27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품은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이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자회사다. 이 올품에 지원한 하림 계열사들은 △팜스코 △선진 △제일사료 △하림지주 △팜스코바이오인티 △포크랜드 △선진한마을 △대성축산 등 8개사다.

8개 사에는 총 38억9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계열사의 지원을 받은 올품은 10억7900만원의 과장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하림그룸 계열회사들은 김홍국 회장과 그룹본부의 개입 하에 △고가 매입 △통행세 거래 △주식 저가 매각 등을 통해 올품에게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하림의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9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1월 김홍국 하림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던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아들 김준영에게 증여했다. 이를 통해 김준영은 올품→한국인베스트먼트(당시 한국썸벧)→하림지주(당시 제일홀딩스)→하림그룹으로 이어지는 지분 구조에서 부친을 뛰어 넘는 지배력을 갖게 됐다. 

공정위 조사결과, 올품은 2011년 초부터 계열농장들의 동물약품 구매를 자신이 관장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으며, 명분은 통합구매를 통한 비용절감이었으나 실제 의도는 자사 제품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었다.

올품은 자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대리점들에 대리점 선택권, 구매물량·가격 결정권을 제공했다. 또 핵심 대리점별로 자사 제품 판매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조건으로 계열농장향(向) 거래에서 높은 판매마진을 보장하면서, 자사 제품의 적극적인 판매를 유인했다.

그 결과, 자사 제품의 대리점 외부 매출액은 지원을 하기 전인 2011년 40억 원에서 2016년 105억원으로 약 2.6배 증가했다.

선진, 제일사료, 판스코 등 3개 하림 계열 사료회사들은 기능성 사료첨가제 구매방식을 종전의 각사별 구매에서 올품을 통해 통합구매하는 것으로 변경하면서 2012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거래상 역할이 사실상 없는 올품에게 구매대금의 약 3%를 중간마진으로 수취하게 했다. 이른바 통행세를 거둬들인 것이다.

또 2018년 7월 하림지주로 사명을 변경한 제일홀딩스는 2013년 1월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구(舊) 올품 주식 100%를 한국썸벧판매에 낮은 가격으로 매각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3가지 행위를 통해 올품이 지원받은 금액이 동물약품 고가매입 32억 원, 사료첨가제 통행세 거래 11억원, 구올품 주식 저가 매각 27억원 등 약 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봤다.

공정위는 하림이 올품에 이러한 부당지원을 제공한 것이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조치로 봤다. 하림은 그룹 차원에서 2010년 8월쯤부터 경영권 승계방안으로 동일인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에게 법인을 증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김 회장은 2012년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김준영에게 증여함으로써 김준영은 일반 주주 중에서 제일홀딩스(현 하림지주)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현재 올품은 하림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9월말 기준 올품이 갖고 있는 하림지주 지분은 4.36%다. 한국인베스트먼트(올품의 100% 자회사)를 통해 20.25%를 갖고 있다. 두 지분을 더하면 24.61%로, 김홍국 회장 지분(22.95%)보다 많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올품의 지분이 시세보다 저가에 증여된 것으로 봤다. 구 올품 주식 매각은 거래당사자인 제일홀딩스와 한국썸벧판매가 배제되고 동일인의 경영권 지원조직인 그룹본부 경영지원팀에서 전담해 진행됐다.

올품 주식가치의 평가도 매수자인 한국썸벧판매에게 유리한 방법(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의 평가방법)으로 결정됐다. 그 결과, 구 올품의 자산에 포함된 비상장주식인 NS쇼핑의 주식가치는 취득원가인 주당 7850원으로 산정됐다.

하지만 당시 주식 거래금액은 최소 5만3000원에서 최대 15만원으로, 하림그룹이 취득원가로 평가한 주당 7850원보다 최소 6.7배에서 최대 19.1배 높은 금액이었다.

사실상 구 올품이 보유하고 있던 NS쇼핑 주식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평가해 결과적으로 주식 저가로 매각한 셈이다.

이를통해 한국썸벧판매가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회사가 됨에 따라 하림그룹에서는 한국썸벧판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상속재원을 마련하고 그룹 경영권을 유지·강화하려는 구조를 만들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일인 2세 지배회사에 대한 지원행위를 통해 승계자금을 마련하고 그룹 지배권을 유지·강화할 수 있는 유인구조가 확립된 후 행해진 계열사들의 지원행위를 적발한 사례”라며 “특히 계열사들의 지원금액을 기반으로, 자사 제품의 판매목표 달성과 내부시장 판매이익 보장을 연계시켜 지원객체의 자회사가 속한 시장에까지 지원행위의 효과를 전이시킨 행위를 적발한 것도 의의가 있다. 앞으로도 총수일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지원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