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명동백작’ 없는 명동의 ‘여성 일꾼’
[책소개] ‘명동백작’ 없는 명동의 ‘여성 일꾼’
  • 신상인 자유기고가
  • 승인 2012.09.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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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아가씨>는 명동이 가진 공간적 특징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밝혀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와 1960년대 소비문화를 매개로 탄생한 여성들을 되살려본 책이다.

대부분 명동을 중심으로 한 저작물은 그곳의 건축물을 논하거나 명동백작 이봉구, 박인환과 김수영 등 남성 문학인들이 중심이었다. 그들은 다방이며 술집에서 어울려 세상을 논하고 문학을 탐하는 모습과 ‘생활’과 동떨어진 낭만을 꿈꾸며, 한국전쟁 후 폐허나 다름없는 서울 한복판을 바라보는데 그쳤다.
 

▲ <명동 아가씨>, 김미선, 2012년 8월 ⓒ마음산책
하지만 여성학자 김미선 씨는 논문을 다듬어 펴낸 이 책에서 전후 근대화 시기 여성이 지금의 명동을 일군 주인공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 집약된 저자의 연구는 명동의 공간성을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역사적 의미를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일제강점기나 1970년대 이후 민주화, 산업화에 대한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받은 한국전쟁 직후의 대한민국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 한복판 명동이 여성의 소비와 문화, 생존의 공간으로 재편되는 과정을 담은 책 <명동 아가씨>는 당시의 대표 여성지 ‘여원’에 실린 사진, 기사 등을 그대로 인용하고 명동을 삶의 터전 삼아 일했던 이들의 증언을 옮겨 당시 풍경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전쟁의 총성이 그친 후 도시 재건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명동은 국가 행정과 경제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여성은  격동하는 공간에서 소비와 노동의 주역이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조건에 처한 여성들이 공존하면서 새로운 도시 문화를 만들었다는 점은 1950년대와 1960년대의 명동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측면”이라며 “전쟁으로 인한 ‘폐허’와 ‘허무’가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여성들은 부딪쳐 싸웠고 도전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