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의 돈관리, 가계부 작성 후 몰래 빠져나가던 구독료를 잡았다
1인가구의 돈관리, 가계부 작성 후 몰래 빠져나가던 구독료를 잡았다
  • 김다솜
  • 승인 2022.07.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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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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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부터 이상하게 돈이 어디론가 새어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디서 돈이 새고 있는 건지 카드 사용내역을 아무리 살펴봐도 알 수가 없었다. 급여일이 되기 일주일 전부터 현금이 전혀 남아있지 않는 점도 의아했다. 아무래도 지출내역을 모조리 기록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가계부를 어디에다 쓸 지부터가 고민이었다. 자동으로 카드 승인 내역이 기록되는 앱을 사용할까 하다가 직접 쓰는 게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 포털사이트에서 가계부를 검색해 이것저것 뒤지다가 내게 딱 맞는 구성은 없어 구글 시트를 이용해 직접 만들기로 했다. 

수입은 단순하게 정해져 있는 반면, 지출처 및 수단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 상황에 맞춰 시트를 2개로 분리했다. 시트 하나에는 고정 수입 및 지출을 파악해 적는 현금흐름표를 마련하고, 나머지 하나에는 그날그날 모든 지출내역을 작성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현금흐름표를 작성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수입 항목과 지출 항목을 각각 적어 수입금액에서 지출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정석대로라면 지출을 고정 지출과 변동 지출, 자산 형성 지출 등으로 나눠서 봐야 하지만, 일단은 최소한으로 단순화시켰다. 

지출 내역 시트는 월, 일, 대분류, 소분류, 내역, 금액, 실지출액, 지출방법, 비고 등으로 칸을 나눴다. 대분류는 ▲변동지출 ▲고정지출 ▲저축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정하고, 소분류는 ▲건강 ▲구독 ▲식비 ▲주거 ▲교통비 ▲저축 ▲반려동물 등으로 나눴다. 

처음에는 금액 하나만 두고 합계금액을 볼 수 있도록 했는데, 이렇게 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 카드값 상환 부분이었다. 이미 카드로 지출한 내역을 지출내역에 쓰고 있는데, 카드값 상환으로 현금이 빠져나간 것을 또 쓰면 중복 기록이 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실지출액 칸을 따로 두고 저축이나 카드값 상환 등은 실지출액란을 비우도록 했다. 또 지출 건마다 해당 지출에 대한 기록을 따로 할 수 있도록 비고란을 만들었다. 옆으로는 수식을 걸어 월별로 얼마를 지출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작성하면서 여러 효과를 얻었는데, 가장 큰 것이 바로 새어나가던 돈을 잡은 것이다.  현금흐름표를 작성하느라 결제 후 잊고 있었던 정기 구독 서비스 하나를 발견해 해지할 수 있었다. 서비스 이용도 하지 않은 채 결제된 금액이 몇 달 동안 10만원 이상이었다. 

지출에 대한 기록을 하느라 소비 전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도 생겼다. 한 달 전이었다면 고민도 안 해보고 샀을 물건들을 몇 번이나 고민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출근시 버스를 놓치면 당연히 택시를 타곤 했던 나쁜 버릇도 가계부 작성 후 고치게 됐다. 

필자는 당장 지난 몇 달 간의 지출 내역을 들춰가며 현금흐름표를 작성할 자신이 없어 일단은 지출 기록만 하는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2~3달간 지출 기록이 쌓이면 이를 토대로 현금흐름표를 구체적으로 작성한 뒤 지출 통제에 나서는 것이다. 

현금흐름표상 변동지출 합계금액을 월 소비한도로 정해놓고 일별 소비한도를 정해두는 방식이다. 물론 지금도 어림잡아 한 달에 사용할 금액을 정해두고 있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목표를 잡고 소비를 통제하는 것이다. 이후 좀 더 기록이 쌓이면 자산과 부채 등을 적은 자산상태표를 월마다 작성할 작정이다. 

다만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하려고 하면 스스로 피로감이 쌓이고, 알게 모르게 드는 죄책감 때문에 포기하기 십상이다. 천천히 할 수 있는 것들을 위주로 먼저 실행하면서 체계적인 돈 관리에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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