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보증금 없어 고시원 가는 청년들..청년주택은 그림의 떡? 
[뉴스줌인] 보증금 없어 고시원 가는 청년들..청년주택은 그림의 떡? 
  • 김다솜
  • 승인 2022.07.1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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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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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쪽방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서 거주하는 청년 가구수가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는 청년 1인가구의 주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시행 중이다.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주택을 수시로 제공하고 있음에도 왜 청년들은 주택 이외의 거처로 몰리고 있는 것일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기초 지방자치단체별 주거현황 분석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9개 기초 지자체 중 2015년 대비 2020년 오피스텔을 제외한 호텔·여관, 기숙사,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 주택 이외에 거처하는 20~34살 청년 가구 수가 증가한 곳은 132곳에 달한다. 전체 지자체의 58%에 달하는 숫자다.

5년간 주택 이외 거처에 거주하는 청년 가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서울 관악구(+4702가구) ▲경기 수원시(+2595가구) ▲서울 성북구(+1369가구) 순이었다. 

경실련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시원 등 주택 이외 주거 공간에서 화재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공식적인 주택은 아니지만 실제적으로 주거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고시원 등의 준주택에 대한 물리적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이처럼 주택 이외의 거처로 밀리는 가장 큰 이유로는 보증금 마련의 어려움이 꼽힌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지난해 1~10월 거래된 서울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월세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30㎡ 이하 원룸의 평균 월세는 40만원, 보증금은 2703만원이었다. 

월세 40만원은 최저임금 근로자 월급에 21.9%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관리비와 기타 생활비까지 더하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또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들은 부모님의 도움없이 보증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은행권의 도움을 받아 보려 해도 신용거래내역이 없어 이 역시 어렵다.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청약된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내부 ⓒnewsis
지난해 역세권 청년주택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내부 ⓒnewsis

서울시는 이 같은 청년 1인가구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 역시 그 일환이다.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역세권의 규제완화와 체계적인 개발을 통해 만19~39세 이하의 청년 등에게 공급하는 주택으로 공공임대와 민간임대가 있다. 

공공임대는 임대료가 주변 시세 대비 30% 수준, 민간임대는 주변 시세대비 85%(특별공급), 95%(일반공급)으로 책정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층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2차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자 모집에는 약 3만5000여명이 몰리며 평균 50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경쟁률을 살펴보면 2019년 1차 23.4대 1, 2020년 1차 26.3대 1, 2021년 1차 60대 1 등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진행한 ‘홍대 크리원’ 입주자 모집에서는 경쟁률이 617.5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이마저도 높은 보증금 부담으로 포기하는 청년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보증금은 적게는 3000만원에서 인기 지역은 1억원을 웃도는 경우도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올해 1차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공공임대 모집공고를 보면 신청자격 청년을 기준으로 가장 보증금이 낮은 단지의 보증금은 2390만원, 가장 높은 단지는 6768만원이다. 

서울시는 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최대 4500만원까지(신혼부부 최대 지원금액 6000만원) 무이자 대출을 진행하는 등의 금융 지원책도 함께 시행 중이지만, 사실상 민간 임대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청년정책 사각지대 발견 및 방향성 제안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거론됐다. 

패널로 참여한 김지윤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실무위원은 “역세권 청년주택에 당첨돼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저처럼 기타소득으로 수입을 얻는 경우 은행에서 소득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며 “SH가 임대사업자인 공동부문 당첨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보증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2019년 국정감사 당시에도 역세권 청년주택이 정작 청년층에는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설명자료를 통해 “청년주택 임대료가 주변 원룸보다 2배나 높다는 것은 노후한 단독·다가구주택의 임대료와 비교한 것”이라며 “신축아파트, 확장형 발코니, 주민편의시설을 갖춘 청년주택과 단순 비교는 불합리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