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복숭아, 마트 말고 SNS서 산다? 농켓팅 들여다보기 
맛있는 복숭아, 마트 말고 SNS서 산다? 농켓팅 들여다보기 
  • 오정희
  • 승인 2022.08.03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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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복켓팅을 검색한 결과
SNS에서 #복켓팅을 검색한 결과 화면

MZ세대를 중심으로 과일을 구입하기 위해 마트나 백화점이 아닌 SNS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정 시기에만 구입이 가능한 제철과일일수록, 맛이 좋다고 소문난 농장의 상품일수록 경쟁률이 높고 구매하기도 어렵다.

판매글이 올라오자마자 1분도 안 돼 품절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농켓팅’(농산물+티켓팅)이라는 신조어마저 등장했다. 

쇼핑 플랫폼에서 클릭 한 번에 최저가 상품을 찾을 수 있고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등 배송의 속도가 생명인 요즘이지만, 농켓팅으로 과일을 구매하는 이들은 비싼 가격과 느린 배송을 감내한다. 이유는 오직 하나, 품질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농산물은 단연 복숭아다. 수박, 참외와 함께 여름철 대표 제철 과일로 손꼽히는 복숭아는 최근 몇 년 사이 품종이 다양화되며 그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2020년 7~8월 두달간 복숭아의 매출은 수박을 앞지르며 여름과일 판매 1위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6월 매출 역시 전년대비 30% 신장했다. 

지난해 크라우드 펀딩 와디즈에서 진행된 ‘대극천 복숭아’ 펀딩은 당초 목표금액이 50만원이었으나 일주일 만에 펀딩금액 1800만원을 넘어서며 성황리에 종료됐다. 대극천 복숭아는 한국판 납작복숭아로 불리는 한국의 신품종으로, 당도가 높고 향이 좋아 인기가 좋다.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출처=온라인커뮤니티

복숭아의 인기는 올해도 지속되는 모습이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복숭아 품종별 수확 시기 정보를 담은 이미지가 활발히 공유될 정도다. 인기가 높은 농원의 복숭아를 구입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SNS에서도 ‘복켓팅’ 태그를 단 게시물들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실제 필자가 온라인 농산물 직거래 커뮤니티에서 맛이 좋기로 유명한 농원의 복숭아 구입을 몇 번이나 시도해봤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농장의 판매글이 올라온지 1분도 안 돼 ‘드디어 성공했다’는 기쁨의 댓글과 ‘오늘도 실패했다’는 아쉬움의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대구에 위치한 한 복숭아 농장은 블로그를 통해 미리 구매예약을 받고 판매하고 있다. 수확시기를 한 달 이상이나 앞둔 예약 구매임에도 벌써 두 가지 중 한 가지 품종은 품절이 된 상태다. 해당 포스팅에 달린 댓글은 284개에 달한다.

2015년 한국 농산물 직거래 시장 규모는 2조3864억원으로, 당시에는 2026년이 돼서야 4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SNS를 비롯한 직거래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며 2020년 7조6000억원을 돌파했다. 전체 농업생산액에서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5.5%에 달한다. 

이처럼 SNS 농산물이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는 재배 및 수확 과정을 소비자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믿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꼽힌다. 마트나 쇼핑몰 등을 거쳐 구매하는 농산물은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자랐는지 알 수 없지만, SNS 농산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 구매하면 끝나는 기존의 유통과정과 다르다는 점도 한몫한다. 오래 보관하는 법, 맛있게 먹는 법 등을 공유하며 농장과 소비자 간의 유대 관계를 형성하며 신뢰를 쌓아나간다. 이는 가심비와 특별한 경험 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적극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