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캐딜락, 기구한 '운명' 이야기
박정희 캐딜락, 기구한 '운명' 이야기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3.02.27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지난 25일 한 50대 남성이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생전에 탔던 캐딜락 승용차’라며 광화문 광장에 승용차 한 대를 가져다 놨다.

이 차의 주인 박광종(54) 씨는 충남 논산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한다. 박 씨는 “집 마당에서 보관해 오던 차량을 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맞춰 더 많은 국민에게 보여 주기 위해 갖고 나왔다”고 말했다.

▲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캐딜락 애호가 였던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국산 에쿠스를 이용하는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외부가 심하게 훼손된 이 차량은 앞 부분에 봉황 두 마리와 무궁화가 그려져 있는 청와대 표장의 번호판을 부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는 1970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만든 ‘캐딜락 세단 드빌’로 박 전 대통령은 1972년 8대 대통령 취임 전후 의전 차량으로 이용했다. 이 승용차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광화문 광장에 실려온 '박정희 캐딜락' ⓒ 뉴스1
이 차의 구입 경위에 대해 박 씨는 “논산의 한 고물상에서 베트남의 수입상에게 팔려 반출되기 직전 고철값 100만원을 주고 샀다”고 말했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이 차량이 2006년 계룡에 있는 육군 병기학교에서 ‘폐장비’로 처리된 것은 맞다”며 “당시 병기학교에서 의전이나 전시용으로 사용하다가 사용 연한이 만료되자 폐장비 정리 절차를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박 씨는 2008년부터 이 캐딜락을 문화재로 등록해 달라고 대전시 소재 문화재청에 여러 번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문화재청 직원들은 박 씨의 집에 나와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고서도 훼손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박씨의 캐딜락 차량은 ‘등록문화재 등록이 보류된 상태’로 차량을 보수하거나 차량 이력에 대한 자료가 갖춰지면 문화재로 등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와는 달리 개인의 신고에 의해 등록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