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저렴한 패스트패션이 기후위기를 앞당긴다? 
예쁘고 저렴한 패스트패션이 기후위기를 앞당긴다? 
  • 김다솜
  • 승인 2022.10.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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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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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전례 없는 폭우를 계기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환경오염의 폐해가 눈 앞의 현실이 되어 나타나면서 환경보호에 나서는 움직임도 더욱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인간의 의식주는 모두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환경오염을 낳는다. 오늘 생각없이 걸쳐 입은 티셔츠 한 장마저도 자연을 훼손시키며 탄생한 것이다.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의 양은 약 2700리터 수준으로, 한 사람이 3년간 마실 수 있는 물의 양과 비슷하다. 

게다가 의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면화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살충제가 필수적으로 사용되는데, 이때 사용되는 양이 전 세계 사용량의 24%를 차지한다. 색을 입히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염료, 표백제 등 다양한 화학제품으로 인해 수질 오염도 발생한다. 

섬유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는 전 세계 폐수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다. 이 폐수 안에는 납, 비소, 수은 등의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까지가 모두 면 티셔츠 한 장에서 비롯된 환경오염이다. 

합성섬유 의류는 세탁을 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해 바다와 하천으로 흘러간다. 연간 100만톤의 미세플라스틱이 합성섬유 세탁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바다 유입 미세플라스틱의 약 35%를 차지한다. 

여기에 더해 2000년대 초반 ‘패스트패션’이 등장한 이후 옷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더욱 극대화 됐다. 패스트패션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최신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빠르게 공급해 상품 회전율이 빠른 패션브랜드를 말한다. 자라, 유니클로, 스파오, H&M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질은 조금 낮더라도 저렴하고 트렌디하다는 장점으로 패스트패션의 인기는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옷 구입이 쉬워진 만큼이나 버려지는 것도 더욱 쉬워졌다는 게 문제다. 실제 전 세계에서 매년 1000억 벌의 옷이 생산되는 동안 330억 벌의 옷이 버려지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만 하더라도 약 10만톤의 의류 폐기물이 해마다 발생한다. 재활용 되겠지, 하고 헌옷수거함에 넣은 헌옷 중 90% 이상은 전 세계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된다. 하지만 도착한 곳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한 옷들은 그대로 쓰레기가 된다. 

실제 칠레의 경우 매년 6만톤 가량의 의류가 들어오는데 이 중 최소 3만9000톤은 아타카마 사막에 버려진다. 해마다 버려진 형형색색의 옷들로 사막은 점점 쓰레기 산으로 뒤바뀌어가고 있다. 이 의류 폐기물을 태우느라 토양과 대기 오염도 함께 발생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패션 산업은, 특히 패스트패션은 생산에서 유통,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패스트패션의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각종 패션 업계는 ‘친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지속가능한 의류 생산에 나서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 섬유, 식물성 가죽, 재고 업사이클링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쉽게 사고 쉽게 버릴 수 있다는 인식이 없어지지 않는 한 옷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옷 소비를 줄이고, 구매한 옷을 오래 입는 것이다. 한 연구조사에서는 옷 입는 횟수를 2배로 늘리면 의류 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44%까지 감축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