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3’을 통해 “내년은 여러 면에서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한다”며 “합리와 복고, 본능적인 소비트렌드는 불황기 소비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불경기라고 해서 고객들이 무조건 지갑을 닫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경기에 기분이 나빠지고 우울해지는 것을 소비로 풀려 하기 때문에 소위 ‘작은 자치’라고 하는 확실한 소비를 하고 나머지는 초 절약하는 양극화된 소비를 한다”고 말했다. 불경기라고 무조건 소비가 위축되는 것은 아니며 소득 격차를 만드는 ‘명품 시장’은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삼정KPMG가 지난 5월 공개한 ‘럭셔리 시장을 이끄는 뉴럭셔리 비즈니스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9.6% 급증한 58억달러(약7조3천억원)에 달했으며, 2년 뒤에는 70억달러(약8초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2030세대 소비자가 명품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면서 명품 시장이 성장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명품 시장의 트렌드 또한 세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규 소비자로 진입한 MZ세대는 기성세대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키즈, 펫, 리빙 등의 영역에도 관심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이에 패션에 중점을 두던 럭셔리 브랜드는 카테고리 다변화에 나서며, 리빙, F&B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평균 실종’이 트렌드가 된 2023년에는 소득 양극화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면서 소비 역시 평균이 사라진 시대가 될 것이다. 일반적인 소비 패턴이었던 평균인 중앙이 제일 많고 멀어질수록 빈도가 줄어드는 완만한 종 모양이 아닌, 양 끝의 극단이 올라가는 모양을 보일 것이다. 대다수 소비자가 찾는 무난한 상품으로는 이제 어디에도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는 얘기다. 내년은 명품 시장, 또는 개인의 니치한 취향을 저격한 제품과 같이 평균을 뛰어넘는 대체 불가능한 상품만이 살아남는 한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