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상승으로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서 금리 노마드족(유목민)이 덩달아 늘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은행권 예금금리 상승세가 주춤해지며 ‘고금리 막차’에 탑승하려는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달 말 이후 계속 내려앉는 중이다.
14일 기준 5대 은행의 1년 만기 예금 상품 중 가장 금리가 높은 상품은 ▲NH농협은행 ‘NH올원이(e)예금’ 4.92% ▲우리은행 ‘원(WON)플러스예금’ 4.90%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4.85%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4.75% ▲KB국민은행 ‘KB 스타(Star) 정기예금’ 4.78% 등이다.
지난달 30일 NH농협은행은 5.10%, 하나은행은 5.00%의 금리를 제공했으나 10거래일 만에 모두 하락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지난달 24일 0.25%포인트 상승하며 3.25%로 올랐지만 시중금리는 되려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과당경쟁 자제 메시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수신금리 과당 경쟁에 따른 자금쏠림이 최소화하도록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한 데 이어 바로 다음날인 25일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상승세가 이미 고점을 지났다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금리 노마드족도 전보다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금이라도 고금리 막차에 탑승해 정착하기 위함이다. 금리 노마드는 이자율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예적금이나 투자상품을 찾아 이리저리 이동하는 행태를 가리킨다.
최근 금리노마드족의 발길을 잡아 끈 곳은 우체국이다. 우체국이 판매 중인 ‘초록별사랑 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기준 기본금리 3.35%에 우대금리 1.65%를 적용하면 최고 연 5%의 금리를 제공한다.
우대금리 적용 조건은 총 5가지로 많은 편이지만, 인터넷 가입, 탄소중립 실천포인트 가입확인서 제출, 종이통장 미발행 등 비교적 조건을 충족하기 쉽다. 기본금리 연 3.35%에 우대금리를 더하면 최고 연 4.9% 금리를 제공하는 ‘우체국 편리한 이(e)정기예금’도 인기가 높다.
토스뱅크,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도 눈길을 끈다. 최근 수시입출금통장 및 파킹통장의 금리 인상과 함께 관련 서비스를 추가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지난 13일부터 수시입출금 통장인 ‘토스뱅크 통장’의 5000만원 초과 금액에 대해 연 4.0% 금리를 적용키로 했다. 5000만원 이하 금액은 기존과 동일한 연 2.3%를 제공한다. 가령 1억원을 예치하는 경우 실제 적용 금리는 연 3.15%로 연간 이자는 약 270만원 수준이다.
토스뱅크는 별도의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진 않았지만 5000만원 이상 초과 금액에 연 4% 정기예금 효과를 누리는 것에 더해 ‘지금 이자받기’ 서비스로 일복리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12일부터 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의 금리를 기존 2.7%에서 3.0%로 올렸다.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적용되고 별도 해지나 재가입 없이 금리가 인상될 경우 자동 적용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내년 1월에는 플러스박스 내 ‘지금 이자받기’ 서비스가 추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