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일감 몰아주기', 총수…최고 3년 징역 추진
기업 '일감 몰아주기', 총수…최고 3년 징역 추진
  • 김제경 기자
  • 승인 2013.04.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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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 내부거래, 일가지분 30% 이상 계열사 모두 대상

오는 10월부터 대기업 총수가 부당하게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게 확인 되면 최고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계열사에서 부당 내부거래가 적발되면 '명확한 증거'가 없어도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간주해 처벌한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여야와 함께 마련했다.

국회 정무위는 오는 17일 법안소위를 열고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이달 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10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이익을 본 계열사와 총수 일가가 함께 처벌되는 조항이 신설된다.

현재는 부당 내부거래가 적발돼도 이익을 제공한 계열사만 처벌된다. 일가의 범위는 총수 쪽 6촌 이내, 배우자 쪽 4촌 이내 친족이다.

또 총수 일가가 일감을 받은 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갖고 있을 경우 단지 관여했다는 정황만으로도 공정위가 총수 일가를 검찰에 고발해 형사처벌을 요청할 수 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미만이면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을 때만 처벌된다. 이때 당사자가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무죄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재벌 일감몰아주기…현대글로비스, 롯데쇼핑 등이 대표적

10일 감사원이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공개한 재벌 일감 몰아주기 사례는 몇가지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01년 2월 비상장법인인 현대글로비스를 설립한 뒤 계열회사 물류 관련 업무를 몰아 줬다.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말 자산이 472억 원에서 10년 만에 3조1896억 원으로 급증했고 매출액도 1984억 원에서 7조5477억 원으로 수십배 뛰었다.

그 결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에 최초 20억 원을 출자했지만, 2004년 이후 주식가치가 2조 원이나 치솟았고 정몽구 회장도 20억 원을 투자해 3조6억 원의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이 직영 영화관 50곳 중 47곳의 팝콘과 음료 판매 매장을 유원실업과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에 독점적으로 운영하도록 계약했다.

유원실업은 신격호 회장의 딸 신유미씨와 서미경씨가 지분 100%를 가진 곳이고 시네마통상은 신 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대주주다.

롯데쇼핑은 직영 시 매출액 대비 약 60%의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영화관 내 매장 운영 사업을 매출액의 약 30%만 임대수수료로 받아 오너일가가 이득을 얻도록 측면 지원했다.

이들 3개 법인의 총 매출액은 2005년 121억 원에서 2011년 446억 원으로 4배가량 많아졌다. 오너일가는 292억 원의 현금배당을 받고 주가 상승으로 782억여 원의 이익을 거뒀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2005년 2월 계열사 건설사업부분을 분리해 두 딸이 75%의 지분을 가진 STX건설에 사원아파트 신축공사 등 공사물량을 몰아 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비상장법인에 IT 일감을 몰아주고 그룹 인건비와 유지보수비 등을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겼다.

일감몰아주기와 총수지분은 정비례 관계

공정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총수 있는 대기업' 비상장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5.64%로 '총수 없는 대기업(16.95%)'보다 높았다.

특히 총수 자녀의 지분율이 5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56.3%에 달했다. 재벌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은 계열사일수록 '일감 몰아주기' 비율도 크다. 총수일가의 지분이 낮아지면 자연스레 계열사 관련매출도 줄었다.

지난 2011년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표한 '38개 재벌기업집단 일감 몰아주기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총수일가 지분이 높아질수록 계열사 매출비율도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분이 적으면 계열사 매출비율도 적었다. 총수일가 지분이 50%이상인 기업의 계열사 매출비율은 66%였고, 지분이 50%미만인 기업은 52%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보고서는 상호출자제한 38개 기업집단 중 지배주주 지분확인이 가능한 66개 기업의 11년간(2000~2010) 거래관계를 분석한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총수일가는 평균 44%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했으며 전체 매출액 중 57%를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충당했다. 66개 기업 중 계열사와 거래가 없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총수일가 지분이 100%인 두산그룹의 동현엔지니어링, 태광산업그룹의 티알엠, GS그룹의 코스모앤컴페니는 계열사 매출비율이 각각 82%, 95%, 90%로 조사됐다.

반면 현대백화점그룹의 한무쇼핑, 코오롱그룹의 코오롱아이넷, 대림그룹의 삼호는 총수 일가 지분이 4.58%, 0.73%, 0.02%로 적었고 계열사 매출비율도 2.1%, 0.7%, 8.9%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총수일가 지분이 적으면 일감 몰아주기 동기가 사라진다는 것이 통계로 드러났다"며 "계열사와의 매출거래가 높은 이유에는 정상적인 거래 외에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한 부분도 존재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