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도덕성 논란’…왜?
최태원 SK 회장, ‘도덕성 논란’…왜?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04.1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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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CEO로서 도덕성보다 '거짓말 용서해 달라'…출소 먼저
구속 중에도 SK C&C 사내이사 선임 논란까지

최근 법정구속과 증언 번복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의 '도덕성'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최 회장은 '재벌 총수'란 지위를 이용한 '아전인수'식 행태가 도를 넘어선 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CEO로서 자질 논란까지 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제만 생기면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경제시대에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최 회장을 보호하려는 태도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최태원의 첫번째 거짓말…"어떤 직함도 맡지 않을 것"이라더니

지난해 12월 최 회장이 그룹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17개 주요 계열사 CEO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사장단 협의체로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그룹 경영체제를 이끌어갈 협의회 의장에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을 선임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자율경영을 내세우며 최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의 유죄 인정으로 법정구속이 되자 만들었다.

앞으로 최 회장은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의 대표이사 회장직만 유지하며 어떤 직함도 맡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 그룹 계열사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 31일 선고 공판을 받기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지난달 22일 구속수감 중인 최 회장이 SK C&C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이 안건은 주주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됨에 따라 최 회장은 임기 3년 동안 등기이사를 맡게 됐다.

SK C&C는 "최 회장은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 글로벌 개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그동안 의미있는 성과를 많이 달성해왔다"며 "진행 중인 글로벌 사업 성공을 위해 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도 "최종심이 선고되지 않았고 오너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선 이사 선임은 당연하다"며 "책임경영의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회사에 물의를 일으킨 최 회장이 이사를 맡는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일부 재계에서는 '정상적인 그룹 운영을 위해 정상 참작해달라'는 식으로, 사내이사 명분을 내세워 향후 '가석방'과 '사면'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최태원의 두번째 거짓말…동생 잘못에 눈물, 이어 '둘 다 잘못 없다'로

이런 최 회장은 법정 스토리까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최 회장이 '제몸 감싸기'에 급급한 나머지 검찰 진술을 번복하는 등 '도덕성'까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검찰이 최태원ㆍ재원 형제가 회사 공금 465억 원으로 선물에 투자한 정황 때문에 수사가 시작됐다.

최 회장이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모아 펀드를 조성했고, 오래전부터 특별한 관계로 알려진 무속인 김원홍(52ㆍ기소중지)씨에게 수백억 원을 선물투자 목적으로 건넸다는 혐의였다.

수사 과정에서 최 부회장은 "형(최태원)은 모르는 일이고, 동생(최재원)이 형 몰래 벌인 일"이라고 줄곧 주장했다. 최 회장은 "그 말을 듣고 당황스러웠다.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고 충고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31일 형이 동생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며 최 회장에게 징역 4년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하고, 최 부회장에게는 오히려 무죄를 선고했다.

문제는 이날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두 사람의 항소심 공판에서, 최 부회장 쪽은 "(내가) 선물투자를 지시했다는 그 동안의 주장은 사실 허위진술이었다"고 번복한 것.

최 회장도 1심 재판에선 펀드 조성에 관여한 사실조차 부인했으나, 이날은 '펀드 조성엔 관여한 게 맞다'고 역시 말을 바꿨다. 다만 실질적인 범죄가 되는 선물투자 지시 부분은 여전히 부인했다.

이들은 항소심을 앞두고 검찰 수사 때부터 2년여 간 고수하던 주장을 모조리 번복하면서 '선물투자는 둘 다 모르는 일이었고, 이 일을 기획한 사람은 김원홍 씨'라며 중국에 도피중인 김 씨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

최 부회장의 변호인은 진술 번복 이유에 대해 "피고인(최재원)이 (검찰 수사 때부터) 수사 대응 총괄자로서, 검찰의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본인이 방어막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시도했던 방어막(거짓진술)이 최태원에게 독으로 작용해 원심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1심에서 '형은 무죄, 동생은 유죄'라고 주장했다가 '형은 유죄, 동생은 무죄'라는 결과가 나오자, 이들 형제는 2심에서 진술을 바꾸면서 새롭게 '둘 다 무죄'라는 또 다른 전략을 펼쳤다.

이에 대해 검찰은 "황당하다"며 "그 동안의 위증과 그에 따라 소송이 늦춰진 것에 대해 반드시 책임 추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제외하고, 일부 사실을 인정하면서 반성의 모습을 보이는 등 중요한 문제인 '펀드자금 인출지시 혐의'만 피하면 '집행유예'까지 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놨다.

눈치만 보는 SK 그룹…할 수 있는 것은 '증언 번복'과 '꼼수'?

최근 SK그룹이 '일감 몰아주기'식 내부거래 의혹마저 없애겠다고 밝히며, 정ㆍ재계에서 불고 있는 경제민주화 분위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 10일 재계와 SK그룹에 따르면 SK의 주요계열사들은 그룹 내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SK C&C와의 거래 물량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주력 계열사 SK텔레콤은 4세대 서비스인 LTE 가입 고객 등이 증가하면서 IT서비스 규모는 늘고 있으나, SK C&C와의 거래 규모는 오히려 줄였다.

▲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제 몸 감싸기'에 급급한 나머지 검찰 진술을 번복하는 등 '도덕성'까지 불거지고 있다. ⓒ뉴스1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해보다 약 10% 거래 금액이 낮아진 1950억 원에 SK C&C와 계약을 맺었다. SK이노베이션도 SK C&C와의 거래 물량을 지난해 455억 원에서 올해 390억 원 규모로 14.2% 낮췄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광고를 제작할 때 계열사인 SK플래닛(전 SK마케팅앤컴퍼니)에 수의계약했던 관행을 깨고 외부 업체와 경쟁시키기로 했다.

정부와 사회의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식 내부거래를 비판하는 분위기를 경영 전반에 반영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경제민주화에 타기업보다 적극 동참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총수가 횡령 혐의로 구속돼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특히 실형을 선고받은 최 회장의 의중을 크게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제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최 회장이 '경제사범'임을 강조하며 강력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부정한 방법으로 법의 심판대에 오른 최 회장이 SK그룹 계열사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직을 맡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008년 5월 SK글로벌 분식회계 등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사 배임죄'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유죄판결을 받은 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