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 없는 소비 패턴, ‘리퀴드 소비’
종잡을 수 없는 소비 패턴, ‘리퀴드 소비’
  • 이수현
  • 승인 2023.01.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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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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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소비 패턴은 확실히 솔리드 소비에서 리퀴드 소비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최성락 SR경제연구소장은 말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한때 좋아했던 브랜드라 해도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참지 않고 다른 브랜드를 찾아 바꾸어버린다.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훨씬 늘어나고 다양한 상품을 소비하며 만족감을 채운다.

이러한 소비 패턴 변화에 대해 설명하는 이론으로 리퀴드(liquid) 소비와 솔리드(solid) 소비라는 개념이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플로라 바디와 지아나 에커트가 2017년 논문을 통해 제시한 개념이다.

솔리드 소비는 안정적인 소비를 의미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급속한 변화는 아니며 예측 가능하다. 반면, 리퀴드 소비는 물과 같이 유동적인 소비이다. 순간순간 변화하고 앞으로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힘들다. 한때 유행하고 바로 사라지는 상품들이 리퀴드 소비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리퀴드 소비의 가장 큰 특징은 주기가 짧고 단시간에 다음 소비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좋아했던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마음에 안 들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참지 않고 다른 브랜드를 통해 부족했던 부분을 채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엑센츄어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브랜드 충성도는 31~55%지만 Z세대는 16~38%로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엄청난 정보력과 호기심으로 하나의 브랜드에 충성하기보단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선택지를 고른다는 것이다.

마치 유튜브를 봐도 지루하게 느껴지는 장면은 빠르게 넘겨버리고, 긴 영상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공감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숏폼 콘텐츠를 찾아 소비하듯, 브랜드와 상품을 소비하는 형태 또한 마찬가지이다.

리퀴드 소비의 또 다른 특징은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소유에 구애받지 않고 렌트나 공유로 사용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본다.

이는 렌탈시장의 급팽창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편의점 CU가 2022년 초 시작한 ‘픽앤픽 대여 서비스(편의점 매장에서 상품을 최소 3일간 대여해 사용해보는 서비스)’는 론칭 3개월 만에 대여 건수 5배 증가했다. 픽앤픽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연령층은 30대가 41.6% 가장 많았다. 이어 20 27.3% 40 22.8% 순이다. 특히 80~100만원 하는 '다이슨 에어랩 스타일러' 품절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이다.

마지막으로 리퀴드 소비패턴을 보이는 이들은 소비 생활을 함에 있어서 지나친 욕망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퀴드 소비아래 소비자들에게 가치 있는 것은 장래의 어떤 물질적 만족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유익한 가치인가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MZ세대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MZ세대 친환경 실천 및 소비트렌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의 88.5%는 환경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또 71%는 가격과 조건이 같다면 친환경활동 기업의 제품을 고르겠다고 답변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비윤리적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도 이러한 가치소비에 포함된다. 과거에는 가격과 브랜드가 제품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면 이제는 친환경 제품과 공정무역 등 브랜드의 ESG 실천여부 등이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