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정규직 전환…최태원을 위한 마지막 꼼수?
SK그룹 정규직 전환…최태원을 위한 마지막 꼼수?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04.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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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오너십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뒷말이 새나오고 있는 이유는 최 회장 형제의 항소심 진술 번복에 이어 재벌과 대기업에 철퇴를 내리려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SK그룹과 최 회장 형제와 꼼수 퍼레이드라는 이유가 크다.

지난 8일은 SK그룹 창립 60주년이 되는 날, 그룹 오너십의 구설수는  최 회장 형제가 검찰 항소심서 배임ㆍ횡령 혐의에 대해 원심 진술을 뒤집고 펀드 조성에 관여했다고 털어놓으면서 시작됐다.

▲ 그룹 계열사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 말 선고 공판을 받기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이는 오너의 ‘사회적 책임’이 도마에 오른 것으로, 핵심은 이들 형제가 펀드 조성에 출자된 계열사 자금 450억 원을 빼내 선물투자를 한 혐의에 대해 지난 1월 말 1심서 모두 부인하다 최 회장이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후 진술이 급선회했다.

재계와 관련업계에서는 이런 최 회장의 법정 스토리가 '제 몸 감싸기'에 급급한 나머지 '도덕성'까지 팔아법정 형량을 낮춰보려는 꼼수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앞서 실패한 1차, 2차 꼼수에 이은 히든카드… '따뜻한 동행 경영’?

이후 30일 SK그룹이 계약직 직원 5천 800명을 정규직으로 돌리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SK그룹이 각종 경제민주화 법안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재계가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의 '사회적 책임' 요구에 구체적으로 화답한 모양새를 보였다.

SK그룹은 이번 정규직 전환이 사회적 책임 실천을 위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하지만, '반(反)대기업 정서'를 고려해 급작스럽게 결정된 거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작 SK그룹 대규모 정규직 전환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실패한 그간의 꼼수와 도덕성 논란보다는 ‘실리’를 챙기겠다는 선제적 공산이 아니냐는 시선이다.

게다가 문제만 생기면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경제시대에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최 회장ㆍ부회장을 보호하려는 태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2일 주총을 연 SK텔레콤의 경우 오대식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겠다고 공시했다. 태평양은 최태원 SK 회장의 2심 공판 변호를 맡게 된 로펌이다.

그룹 총수 개인을 변호했던 법무법인의 고문이나 소속 변호사가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상법에서 법무법인 임원 등이 법률 자문을 하거나 거래를 하는 기업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한 이유는 그런 관계가 있으면 객관적으로 기업을 감시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 22일 구속수감 중 논란이 중심이었던 최 회장의 SK C&C 이사 재선임은 SK C&C 주주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됨에 따라 임기 3년 동안 등기이사를 맡게 됐다.

앞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회사에 물의를 일으킨 최 회장이 이사를 맡는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도덕성 무시한 꼼수 퍼레이드…효과는 있나?

이런 최 회장 감싸기는 법무관계자의 사외이사 선임과 자신의 등기이사 재선임 뿐만 아니라 최 회장 자신의 도덕성 실추로부터도 발생했다. 

최 회장은 "펀드 출자금 조성에 관여한 점은 인정한다"면서 "1심 때 사실대로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 펀드자금 유출은 관여하지 않았고 유출 사실도 알지 못했다"며 눈물까지 보였다.

최대한 잘못을 뉘우치는 듯 보이면서 자신의 혐의와 핵심 부분에 대해 관련 없음을 주장해 집행유예 등 형량을 낮추려는 전략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첫 번째, SK그룹이 자율경영을 내세우며 최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의 유죄 인정으로 법정 구속되자 만들어진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최 회장은 앞으로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의 대표이사 회장직만 유지하며 어떤 직함도 맡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SK C&C 사내이사로 재선임했고, 소송과 관계된 로펌 변호사를 계열사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자신의 방어에 오너로서의 최대한 권력을 이용했다.

두 번째, 2011년 3월 회사 공금의 선물에 투자한 정황으로 수사 과정에서 최 부회장은 "형(최태원)은 모르는 일이고, 동생(최재원)이 형 몰래 벌인 일"이라고 줄곧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가 최 회장에게 징역 4년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하고, 최 부회장에게는 오히려 무죄를 선고하자 차후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기 위한 대응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시 검찰은 "황당하다"며 "그 동안의 위증과 그에 따라 소송이 늦춰진 것에 대해 반드시 책임 추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돌리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마지막 꼼수를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만연하다.

지난달 한화는 비정규직 19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성 화답' 등 경제민주화의 거센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을 통해 여론의 질타로부터 벗어나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효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실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1심(징역 4년, 벌금 51억 원)보다 1년 감형한 징역 3년과 벌금 50억 원을 선고했다.

이어지는 꼼수 퍼레이드는 법정 진술 번복을 전후로 '울며 겨자 먹기'식 꼬리를 물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3월 중소기업의 영역을 잠식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사업(MRO) 부문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이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SK C & C와의 거래 물량을 축소하고 기업광고를 외부 대행사에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다소 민감한 상황에서 결정이 이뤄졌지만 동반성장 추진 사업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최 회장의 의중을 일부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서울구치소에서 최 회장을 면담한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정규직 전환 규모와 시기 등 주요 사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와 사회의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식 내부거래를 비판하는 분위기를 경영 전반에 반영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경제민주화에 타기업보다 적극 동참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총수가 횡령 혐의로 구속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특히 실형을 선고받은 최 회장의 의중을 크게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도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 비용 등을 고려하면 그렇게 쉽게 결정할 경영상 문제는 아니다"며 "정부의 움직임, 사회적 분위기 등을 주시하며 당분간은 눈치를 보는게 최 회장에게 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꼼수"로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