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슈머 기만하는 그린워싱, 표시·광고 구체화 필요”
“그린슈머 기만하는 그린워싱, 표시·광고 구체화 필요”
  • 김다솜
  • 승인 2023.01.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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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선의의 차원에서 자원을 배려하자는 ‘친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반드시 실천하고 행동해야 하는 ‘필(必)환경’으로 변화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소비활동의 주요 요소로 ‘환경’을 우선시하는 그린슈머(greensumer) 역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각종 친환경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와 함께 그린워싱(greenwashing) 문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그린워싱으로부터 소비자 보호를 강화 방안 등을 담은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선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맞춰 기업에서도 친환경 이벤트, 마케팅, 표시 등을 활발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기업의 친환경 마케팅은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B화장품 브랜드는 화장품 포장에 ‘Hello, I’m Paper Bottle’(안녕, 나는 종이 용기)이라고 붙여 종이로 화장품 용기를 만든 것 같은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웠다. 그러나 종이병의 포장지를 벗기면 플라스틱 통이 있어 불필요하게 종이를 더 쓴 상황을 초래했다. 

식품기업 C브랜드는 다 쓴 알루미늄 커피캡슐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매년 배출하는 빈 알루미늄 쓰레기가 최소 8000톤이며 1톤의 알루미늄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전기와 8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사업자의 의도적인 그린워싱은 결국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봤다. 실제 이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구제 사례 및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 사례도 발견됐다. 사업자가 표시한 내용이 소비자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표시와 실제 상이한 경우 등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지난 2021년 주요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180개 제품을 대상으로 친환경 표시·광고 현황을 살폈다. 그 결과 친환경 제품의 주요 표현으로는 분해성, 천연, 자연, 그린, 웰빙, 에코, 무농약, 무해성, 무독성 등이 공통적으로 쓰이고 있었다. 

기존에 제시된 친환경적 용어 및 표현 이외에 각종 표현들이 친환경을 강조하기 위해 새롭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명백하고 객관적인 근거 없이 친환경을 주장하는 것으로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높다. 

보고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인 원칙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일반적인 예시를 추가해 사업자의 이해를 돕고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제공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있어 세부 유형을 구분하고 그에 상응하는 예시를 제시하고, 사업자가 사전에 자사의 환경 관련 표시·광고를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마련해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