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밤
까만 밤
  • 신원재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5.0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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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한 기억들

까만 밤

 

오늘 밤에도 찾아든 한기(寒氣)는
여지없이 내 볼을 어루만지고

어둠을 향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희연 총구를
가볍게 애무하며
내 기억의 뒤편으로 산개한다

저리도 깊은 암흑을……
남들은
이 세상의 고뇌를 덮어버리는
‘아부’라고들 한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까만 밤을
내게 건네주었을 게다

희연 총구는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데…….


詩를 읽으며…

최근 ‘진짜 사나이’라는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일부 연예인들이 훈련소부터 겪는 리얼이다. 군대를 갔다 온 남자들만 느끼는 요절복통일지 몰라도 무척 재미나다.

조직의 특성 중 하나인 ‘폐쇄성’ 때문에 그동안 속살을 잘 보여주질 않았던 군대라는 곳이다보니 제대한 사람들이 ‘대외비급 기밀’을 운운하면서 농담삼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방부 차원에서 방송프로그램들에게 군대를 개방하면서 일반인들로부터 큰 재미를 주고 있다.

특히 전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의 아픈 특성을,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오히려신선함을 더했다.

요즘 어린아이들이 존댓말 하라고 하니 “그랬다요”하는 것처럼 예비역 병장 출신자가 “~아니지 말입니다”라는 군대에서만 들을 수 있는 표현을 다시 듣다보니 옛 생각도 난다.

까만 밤이든, 환한 낮이든지 연예인조차 ‘절대긴장’하는 리얼을 누워서 보고 있노라니 위안을 받는다. 늙어가는 게 서럽기는 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