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라면 상무'때문에…오락가락하는 내막
대한항공, '라면 상무'때문에…오락가락하는 내막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05.14 1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승무원 폭행보다 내부보고서 유출에 촉각
승무원들 보안교육 강화…근무환경 개선은 '글쎄'
승객의 성추행 감추는 진짜 이유는?

대한항공(회장 조양호)이 라면 상무 사건 이후 승무원 폭행보다 내부보고서 유출에 따른 책임감을 운운하며 승객의 성추행 사건조차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대한항공은 승객 정보 유출 등 보안이 허술한 부분을 적극 보완하겠다고 밝혔지만 피해자인 승무원의 노동 환경에 대한 개선책은 전무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앞서 문제가 된 포스코에너지 임원과 여승무원 간 벌어진 업무 처리 내용을 기록한 내부보고서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 큰 파장을 불러온 바 있다.

당시 대한항공은 “기내 내부 보고서 유출로 승객의 행동이 알려진 데 대해서는 책임감을 느끼지만 해당 임원의 이름과 소속 회사 등이 이 보고서를 통해 유출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업 임원들 사이에서는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모 기업 한 임원은 "항공사 측이 고객의 신상정보를 알고 있고 자칫 유출도 가능한데 기내에서 무슨 말과 행동을 하겠느냐"고 말해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 등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13일 대한항공 측이 ‘승객의 성추행 사건을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1
지난 3일 대한항공은 '2013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24.8% 악화된 123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대한항공 내부 문제도 불거졌다. 한 언론 매체에 따르면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기내 서비스와 관련해 고객 불만이 두 차례 이상 접수되면 업무에서 제외돼 서비스 재교육을 받는 등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승무원들이 굴욕적인 상황까지도 참아야 한다"는 하소연을 전했다.

한 전직 대한항공 승무원도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그 내용이 정당하더라도 시말서를 쓰고 벌점을 받는다"며 "0.5~1점씩 받는 벌점이 9점까지 쌓이면 사장 경고가 가능하고, 이를 빌미로 해고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면 상무 사건 당시에도 대한항공은 "승객 정보 등 보안 관련 사항을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며 "고객 서비스와 기내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기내 성추행…소문나면 고객 또 외면하나 걱정으로 은폐?

하지만 대한항공이 라면 상무 사건 이후 경쟁사에 대한 고객 바이럴마케팅 실패와 내부적인 승무원 노동문제까지 불거진 와중에 '기내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한항공이 이를 사회적 이슈가 될까 우려해 은폐하려 한 것은 승무원과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항공사 본연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인천국제공항경찰대는 기내에서 옆자리 여성의 가슴을 만진 캐나다 국적의 한국계 동포 A씨(19)를 준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한국 여성 B씨(20)가 미국 뉴욕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여객기에서 잠을 자고 있는 틈을 타 A씨가 추행했지만 대한항공 측은 ‘승객의 성추행 사건을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를 입은 B씨가 “기내 승무원에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지만 항공사 측에서 일이 커지지 않도록 회유하려 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이 위성전화를 통해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B씨는 공항에 마중 나온 아버지를 통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B씨의 신고를 받고 A씨와 대면을 통해 사건 정황을 파악했지만 피해자가 신고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하며 "B씨에게 경찰 신고 절차에 대한 안내를 했으나 나이 어린 피해자여서인지 기내에서는 신고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