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명 '빌라왕' 사건을 계기로 전세사기 위험성이 부각되며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각종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다수의 전세사기 사건에서 일부 영세 분양대행업자들이 공모한 사실이 공공연하게 드러났음에도 이에 관한 제도는 미비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부동산 분양대행제도 개선을 위한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분양대행업 시장규모에 대한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전국 분양대행업체 수는 약 2000~2800개, 종사자수는 약 4만6000~6만5000명이며 40명 미만의 영세 업체가 전체의 8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법상 부동산분양대행업에 대한 법적 정의는 없다. ‘주택법’에서 분양대행자에 관한 규정만 존재할 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9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는데 이에 따르면 분양대행자의 수행 업무는 주택공급 신청자가 제출한 서류 확인 및 관리, 입주자 자격 확인 및 부적격당첨 여부 확인, 당첨자·부적격 당첨자의 명단관리, 주택의 공급계약 체결에 관한 업무, 기타 이와 관련된 상담 및 안내다.
분양대행자 교육은 전적으로 주택건설사업주체가 실시 및 관리·감독하도록 하고 있어 공적인 책임은 없다. 이마저도 주택법 적용을 받는 주택 분양대행에 한정돼 있어 일반상가,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등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사실을 들어 분양대행자에 의한 전세사기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분양대행업체, 공모 정황은?
실제 빌라왕 사건 등 다수의 전세사기 사건에서 분양대행업자들이 공모한 정황들이 포착된 바 있다.
빌라왕 사건은 일부 영세 분양대행업자들이 무자본 갭투자자와 공모해 임대차 수요가 높은 중저가 신축빌라의 임대보증금을 분양가와 같은 금액으로 정해 임차인을 모집하고 임대보증금으로 건축주에게 분양대금을 지급해 고가의 수수료를 챙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과정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먼저 건축주는 건물을 지은 뒤 분양 목표가를 높게 책정한다. 분양대행업체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목표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매매가와 전세가를 설정하고,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를 기준으로 임차인을 모집한다.
이 과정에서 분양대행업체는 건축주에게 목표가를 지급 후 차액을 챙기고, 부동산 중개업자는 분양대행업체로부터 건당 리베이트를 지급 받는다.
■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
제21대 국회에는 분양대행업 관련 법률안이 2건 제출돼 있다. 2021년 7월 홍기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부동산매매업, 부동산자문업 및 부동산대행업과 관련한 규정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분양대행업과 관련해 ‘분양대행업’, ‘분양대행업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부동산 분양대행업 등록제, 부동산 분양대행업자에 대한 교육, 금지사항 및 처벌규정을 신설하도록 했다. 분양대행업자가 부동산 등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부동산 분양과 관련된 과장, 속임수, 거짓정보를 이용한 매수유인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해 12월 정동만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건축물 분양업무 대행에 대한 규정 마련과 건축물 표시·광고에 관한 규정 신설, 건축물 광고모니터링 조항 신설 등을 골자로 한다.
다만 이 법률안이 개정되더라도 지식산업센터, 관광(콘도)호텔 등 건축물 유형의 분양대행에는 적용되지 않게 되는 문제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부동산 분양대행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분양대행업자에 대한 법적 정의 ▲부양대행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지자체장과 국토교통부장관에게도 부과 ▲분양대행업에 관한 통계체계 마련 ▲부동산 분양대행업 교육체계 마련 등이 제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