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군가 교실 바닥에 쓰레기를 버렸는데 자신이 버린 것이 아닌데도 억울하게 범인으로 지목되어 하교 후 교실청소를 하게 된 경험이 있는가. 그 때 그 아이가 겪는 감정이 바로 ‘억울함’이다. 사람의 억울함이야말로 그 사람의 인생의 행로를 결정할 만큼 인생 전반에 걸쳐 사람을 지배할 수도 있는 감정이다.

그런데 억울한 상황에 놓이는 것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누구나 발생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빠르게 방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처럼 법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일이 되어 버리는 경우에는 사안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상실하여 그르친 판단과 대응을 해버리는 수도 있다.

특히 인신구속여부의 결정 즉, 구속영장실질심사제도를 앞두고 있는 피의자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구속영장실질심사는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여 보고,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형사소송법에 의한 구속사유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도주, 증거인멸의 위험이 있을 때이다. 이 때 법원은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두루 고려하게 된다.

따라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간에 핸드폰 내의 기록을 삭제하거나 핸드폰을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등 물리적 파괴 등 증거를 인멸하고자 시도를 하였던 적이 있다면 구속되어 수사를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평범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경우에는 구속이 될 경우 직장을 잃게 되는 경제적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고, 자영업의 경우에도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므로 실로 그에 따른 불이익이 엄청나다.

그렇기 때문에 억울하게 구속되어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반드시 방지해야 할 것이고, 특히나 자신이 저지른 죄가 아니거나 구속될 만한 사안이 아님에도 적절하기 대응하지 못하여 구속이 된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된다면 그야말로 억울하기 이를 데가 없다.

판사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기록을 다 파악하고 심문에 임한다. 판사 출신으로써 오랜 기간 수만 명의 피고인 및 증인들을 법정에서 봐 왔던 필자로서는 기록 상에서 무죄의 심증이 어느 정도 서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법정에서 직접 피고인의 태도, 눈빛, 핵심 질문에 대한 답변 등을 직접주의에 따라 듣게 되는 순간 ‘무죄구나!’ 확신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변호사로서 의뢰인과 상담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의뢰인과 상담할 때도 적절한 대응과 방어를 위해 변호인인 나만큼은 그 누구보다 의뢰인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상담 도중 법대에서 피의자에게 핵심 질문을 던지던 것과 마찬가지로 의뢰인에게도 여러 가지 다양한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그 때 법정에서와 같이 의뢰인의 무죄를 확신하는 때가 있다. 이 때 받는 느낌은 불과 1년 반 전 법대에서 받았던 느낌과 유사하다.

단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판사로서는 피의자의 범죄 혐의 유무 판단에 초점이 있었다면, 변호사로서는 억울한 의뢰인이 자신이 범죄가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일상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신의 변호에 쏟고 있는 에너지와 시간이 안쓰럽다는 점까지 보인다는 것이다.

억울하게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무엇보다 빨리 사건에 대한 면밀한 법리적 분석을 함으로써 그에 적중하는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억울하게 피의자로 몰려 무죄를 주장하는 의뢰인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모두 놓치는 바람에 직업을 잃고 생계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한다면, 그야말로 이것은 한 사람의 인생이 곤두박질치게 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높은 형량을 선고받게 되면, 그 억울함 이야말로 한 사람의 남은 인생을 좌지우지하게 하는 강력한 감정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도움말 : 판심 법률사무소 문유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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