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석채 회장 경영능력 '적신호'…도대체 무슨 일 했길래 ②
KT 이석채 회장 경영능력 '적신호'…도대체 무슨 일 했길래 ②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10.01 1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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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새노조…“저조한 실적은 통신문외한 이 회장과 낙하산 경영진 탓”

그간 배임ㆍ횡령, ‘통신 문외한 낙하산 경영진’이라는 꼬리표 등으로 몸살을 앓던 KT(회장 이석채)가 올해 2분기까지 상반기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호조세를 보인 반면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 KT 새노조 조차 논평을 통해 “통신 문외한 이석채 회장 등 경영진 때문에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이석채 회장의 경영 위기론과 함께 퇴임설이 또다시 불거졌음에도 KT와 이 회장 자신은 사실이 아니라고 적극 부인했다. 이에 거대 공룡의 발자취를 경영성과와 경영능력으로 나누어 탐색해 봤다. <편집자 주>

▲ KT의 직원 퇴출프로그램이 대법원 불법성 판결과 노동탄압 등이 재조명되면서 곤란해 하고 있다. (사진=KT 이석채 회장) ⓒ뉴스1

KT가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상반기 실적이 뒷걸음질 친 이유에 대해 이석채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었다.

이 회장이 최근 배임ㆍ횡령 혐의로 참여연대에 의해 고발당하고 ‘낙하산 인사’ 영입으로 논란을 부추기다가, 가장 중요한 회사 실적을 놓쳤다는 업계의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영업실적 발표와 함께 신규 야구단 ’KT위즈’ 초대 감독으로 조범현 전 기아타이거즈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해,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한 뉴스를 제공하고 숨기고 싶은 보도를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KT새노조(위원장 이해관)는 지난달 논평을 통해 “KT가 통신3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뒷걸음 쳤다”며 “야구감독 선임과 동시에 발표해야 할 만큼 숨기고 싶은 실적”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어 KT새노조는 “이러한 결과는 통신 문외한인 낙하산 경영진이 주요 포스트에 배치된 KT가 비통신을 전략으로 밀고 가는 순간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며 “‘비통신’은 단순히 통신 문외한들의 자기생존 전략일 뿐이고 그 누적된 결과가 이번 악화된 실적발표, 경영위기”라고 지적했다.
 
또 KT새노조는 “그런데도 이 회장은 이러한 실적 악화와 사회적 평판의 악화, 그리고 기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기를 증폭시킨 데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낙하산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며 “이는 KT 경영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만한  공룡 경영과 직원 퇴출프그램…책임지는 사람 없다?

KT새노조가 이 회장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이유에는 이 회장이 잇따라 독단적인 인사 전횡을 휘두르고 있다는 논란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올해 친박 정치인 홍사덕, 김병호 전 한나라당 의원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한 데 이어, 개인적 인연에 의한 MB와 YS(김영삼 전 대통령)계열 인사들에게 자리를 나눠줬다.

특히 홍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의 영입에는 이 회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과 이들이 정보통신 분야와는 거리가 있어 전문성 논란도 제기된 바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MB특보 출신이자 MB캠프의 임현규 씨를 부사장으로 불러들이는가 하면 뉴라이트 대변인을 지낸 변철환 민생경제연구소 상임위원을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로 영입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이 회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을 하던 시절 부하 직원으로 일했던 이성해 씨와 여성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석호익 씨 등을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 고문으로 내려 보내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009년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여동생인 오세현 전무를 본부장에 임명했고, 2010년에도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을 그룹 홍보 커뮤니케이션 실장에 앉혔다.

▲ 표현명 이사, 이춘호 사외이사, 김은혜 전무 ⓒ뉴스1
이 밖에도 정치권과 직‧간접적으로 맥이 닿아있는 측근들 역시 KT 전면에 배치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친구인 이춘호 사외이사(EBS 이사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돈인 표현명 이사(KT T&C 부문장) 등도 여기에 속하며 김성익 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특별보좌관에게는 KT미디어허브와 KT스카이라이프 감사를 맡겼다.

이는 이 회장이 ‘장기집권 굳히기에 들어가는데 대한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했다. 특히 김성익 감사는 박근혜 정부와의 연결고리용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 KT 측 관계자는 “KT의 임직원과 직간법적으로 연결된 사람만 따져도 3만명이 훌쩍 넘는다”며 이같은 의혹에 대해 이런 저런 해명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KT의 방만한 경영도 문제가 됐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 측에 따르면 KT는 굳이 외부 건물을 빌릴 이유가 없는 데도 보증금 210억, 연간 79억여 원을 내면서 서울 서초역 성북동익빌딩을 임대, 본사 사옥으로 활용했다.

전 의원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특별위원회 국정 감사 당시 인근에 강남사옥과 동아타워가 있음에도 해당 건물주와 실소유주가 친정부 인사라는 점을 들어 “누가 봐도 특혜 임대”라며 “정치적 유착 의혹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성북동익빌딩 건물주인 박노훈 동익엔지니어링 사장이나 실소유주인 박성래 동익건설 대표는 19대 총선에서 친박 후보들에게 고액을 후원한 친정부 인사로 알려졌다.

정치권 인사 봐주기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회장은 친 MB계이자 8촌 관계인 유종한 전 외교부 장관에게도 특혜를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우선 그는 2009년 유 전 장관이 대표로 있는 (주)오아이씨랭귀지비주얼(현 KT OIC)에 거액을 투자했다.

이후 기존 거래가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KT에 끼친 손해만 140억 원에 이른다고 전해진다.

▲ 홍사덕 전 의원, 김병호 전 의원, 석호익 전 의원 ⓒ뉴스1, 인터넷 방송 캡처
시급한 노조문제 외면으로 직원 자살에도 ‘나몰라라’

KT의 이러한 외부 치장만이 문제가 아니다. 내부의 문제도 만연하다. 지난해 5월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이 회장을 송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같은해12월 KT의 인력퇴출 프로그램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게다가 지난해 4월 KT 전 직원인 반기룡 씨와 박찬성 씨의 양심발언으로 ‘직원 퇴출 프로그램(CP프로그램)’이 드러나면서 KT의 이번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사실 확인 결과 2005년 작성한 ‘부진인력 1,002명 명단’에는 KT의 진보 성향 노동자들이나 노조 간부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고, 이 중 602명은 이미 퇴출됐다.

이렇듯 인력퇴출 프로그램의 실체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당시 노동부 관계자는 양심선언에 근거해 재조사할 방침이라고 지난해 말 밝힌 바 있어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이다.

또 최근 KT 내부 기밀보고서를 입수한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 회장의 ‘사적 남용’으로 인해 KT는 매년 수백억 원대의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련해서 참여연대는 지난달 27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 회장을 고발한 상태다. 현재 이 회장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스마트 몰 사업 관련 60억 원의 업무상 배임, △(주)오아이씨랭귀지비주얼 관련 59억 원 이상의 업무상 배임, △(주)사이버MBA 관련 77억7500만 원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KT 퇴출프로그램인 CP프로그램에 대해 대법원의 불법성 판결 등이 확인되면서 노동탄압 또한 재조명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6월에는 전남 순천 경찰서에 따르면 KT노동조합 전남본부 소속 김모 조합원이 지난 17일 자신의 차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김 씨의 자살이 알려지자 KT 노동조합은 19일 성명서를 통해 “진상조사위원회를 확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겠다. 찬반투표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면 노조에서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KT 관련 노조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이 말한 상생경영의 거짓 실상이 드러난 것”이며 “KT 직원들이 바보가 아닌데 실적부진만으로 해고할 수 있는 협약에 82% 이상 찬성으로 통과시킨 것은 얼마나 많은 협박과 강압이 있었을지 예상할 수 있다. 이석채 회장과 경영진은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KT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KT 측이 확인한 유서에는 개인의 부채 문제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개인적인 일 때문으로 그런 선택을 한 것으로 알고 있고, KT 본사 차원의 선거개입이나 노동탄압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때 기업인 만찬에 초대받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청와대의 인사 개입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이 회장이 2015년까지 임기를 채우는 건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