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으로 살아야만 하는 이유와 조건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야만 하는 이유와 조건
  • 강정욱 기자
  • 승인 2013.11.2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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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휴머니즘 문학으로 살펴 본 현대의 인간상

<인간의 조건>(전6권)은 일본의 소설가 고미카와 준페이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징용에 끌려간 일본인 주인공이 일본제국의 비인간적인 만행과 잔학성을 고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인공이기도 한 저자 본인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아가려고 애썼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최근 한 TV 예능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개그맨들이 일주일 동안 현대 생활에 필요한 조건들, 이를테면 휴대폰ㆍ전기ㆍ쓰레기ㆍ물ㆍ자동차 등이 없이 지내면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을 알아보고자 한다.

▲ <인간의 조건(전6권)> 고미카와 준페이 저, 김대환 역, 2013년11월 ⓒ도서출판 잇북
이는 인간이 살아가는 조건을 변화시켜 시청자들에게 의식주 등의 생활 패턴과 의식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고스란히 보여주며 인간에게, 혹은 인간으로 사는 데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준다.

동명의 대하소설 <인간의 조건>은 실제한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인간의 자격을 갖추고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이자 소설가인 고미카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징용에 끌려간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침략국가 극한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아가려고 애썼던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책은 1955년에 일본에서 첫 출간된 이래 스테디셀러와 3부작 영화, 드라마로도 제작되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또 좌우익 어느 한쪽으로도 편중되지 않고 대중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결국 현실 속 삶에서, 인간으로 산다는 것과 인간이 아닌 것으로 산다는 갈등하고 방황하는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독자와 시청자들은 기억하는 것이다.

특히 내용 중에는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최소한의 조건, 인간이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기 위해 주인공은 스스로가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기를 원하고, 다른 인간을 인간으로서 대우하겠다고 굳게 결심한다.

그러나 인간으로서는 하지 못할 그 모든 일들을 겪으면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차츰 짐승화되어 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당혹감과 수치심을 감추지 못한다.

비록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해도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양심을 버린 채 도둑질을 하고, 짐승처럼 폭력을 휘두르고, 잔인하게 누군가를 죽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낯선 주인공.

그런 자신의 행동과 모습에 후회도 하고, 방황도 하고, 갈등도 했지만 끝끝내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주인공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 길을 찾아 간다.

저자는 주인공을 통해 인간이면 당연히 가져야 할 기본적인 ‘인간의 조건’을 말하면서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인간의 조건을 어떻게 갖추고 지켜야 하며, 또 그러기 위해 자신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고 다른 인간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이라는 형태를 취하고는 있지만 비인간화, 몰상식화, 비인격화가 만연하고 있는 요즘의 세태에 충분히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