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원이엄마'는 누구인가?
조선시대 '원이엄마'는 누구인가?
  • 한수경 기자
  • 승인 2013.11.2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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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족ㆍ부부ㆍ연인들이 사랑을 다짐하고 확인하는 새로운 명소로 각광받을 만한 곳이 조성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 안동시에 따르면 20억 원을 들여 조성하는 '원이엄마 테마파크'는 조형물과 야외무대, 계류시설, 영상매체 상영시설, 쉼터, 운동시설 등을 갖춘다고 밝혔다.

'원이 엄마' 이야기는 400여 년 전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안동시 정상동 택지개발지구에서 한 무덤을 이장하는 중에 발견된 미이라에서 여러가지 소품과 남편을 그리는 애절한 사연이 담긴 아내의 편지가 발견됐다.

아울러 남편의 회복을 기원하는 미투리가 함께 묻힌 이 무덤은 1500년 경 조선시대의 무덤이란 것이 확인됐다.

무덤 속의 망자는 고성 이 씨, 이응태(1556~1586년)의 묘.  젊은 나이(31세)에 남편이 병석에 눕자  아내(원이 엄마)는 남편의 병이 낫기를 기원하면서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을 엮어 정성껏 미투리를 삼았다. 

하지만 남편은 그 신을 신어 보지도 못하고 끝내 저 세상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 원이 엄마가 남편의 회복을 기원하며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을 엮어 정성껏 만든 미투리 한켤레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속칭 '원이엄마의 애틋한 편지'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무덤 자리에 이번 테마공원이 생기는 것.

또한 KBS TV <역사스페셜>에서 '조선판 사랑과 영혼'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방영됐으며,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저널 <내셔널지오그래픽> 2007년 11월호에 소개됐다.

이어 2009년 3월에는 '원이 엄마 한글 편지'와 출토물을 다룬 연구논문이 국제 고고학 잡지 <앤티쿼티>의 표지논문에 실리기도 했다.

다음은 한지에 붓으로 빼곡히 적은 '원이 엄마'의 편지 전문이다. 편지는 서럽고 쓸쓸하고 황망하고 안타까운 아내의 심정이 담겨있으며 한글 편지다.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자네 늘 나에게 이르기를 둘이 머리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자네 먼저 가시는고.
나하고 자식하고 누굴 의지하며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자네 먼저 가시는고. 자네 날 향해 마음을 어찌 가지며 나는 자네 향해 마음을 어찌 가지던고.
늘 자네더러 내 이르길 한테 누워서 이보소 남도 우리같이 서로 어여삐 여겨 사랑하리.
남도 우리 같은가하고 자네더러 일렀는데 어찌 그런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고.
자네 여의고 아무래도 내 살 힘없으니 쉬 자네한테 가고자 하니 날 데려가소.
자네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으니 아무래도 서러운 뜻이 끝이 없으니 이 내 속은 어디다가 두고 자식 데리고 자네를 그리워하여 살까 하노이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찬찬히 와 이르소. 내 꿈에서 편지 보시고 한 말 세세히  듣고자 하여 이리 써 넣네.
찬찬히 보시고 날더러 이르소. 자네 내 밴 자식 나거든 보고 할 말 이르고 그리 가시면 밴 자식 태어나면 누구를 아비하라 하시느고. 아무리 한들 내 속 같을까.
이런 천지 아득한 일이 하늘아래 또 있을까.
자네는 한갓 그리 가 계실 뿐이거니와 아무리 한들 내 속 같이 서러울까 그지그지 끝이 없어 다 못 써 대강만 적네. 이 편지 세세히 보시고 내 꿈에 세세히 와 보고 세세히 이르소.
나는 꿈에 자네 보리라 믿고 있노이다. 꼭 보소서하! 그지그지 없이 이만 적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