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조용하게 커피ㆍ아이스크림 '판' 벌이는 까닭?
매일유업…조용하게 커피ㆍ아이스크림 '판' 벌이는 까닭?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12.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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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회장 김정완)이 커피 전문점에 이어 아이스크림 전문점 사업도 소리소문 없이 진출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커피전문점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이어 ‘꼼수 지적’까지 일고 있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지난 10월부터 서울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 식품관에 ‘상하목장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1호 매장을 개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목장’은 매일유업의 고급 유기농 우유 브랜드. 관련업계에서는 매일유업이 상하목장에서 만든 원유로 고품격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팔고, 아이스크림 사업이 잘 되면 상하목장의 원유 매출도 함께 늘릴 수 있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매일유업은 이렇게 장기적인 캐시카우로 보이는 신사업인 아이스크림 전문점 사업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벌이고 있다.

왜냐하면 관련업계의 반발을 우려한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매일유업은 지난해부터 ‘벌집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소프트리(SOFTREE)와 자사 커피전문점인 폴바셋 20여 개 매장 등에 유기농 아이스크림 주재료인 고급 원유와 아이스크림 제조 기계를 공급하고 있다.

또 일본계 햄버거 브랜드인 모스버거(MOS BURGER)에는 원유와 아이스크림 제조기계 납품을 검토 중이고, 맥도날드에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용 일반 원유를 납품하고 있다.

결국 매일유업이 앞으로 추진하는 아이스크림 전문점 매장과 매출을 늘리게 되면 내ㆍ외부적으로 이들 거래업체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기존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하겐다즈나 배스킨라빈스(SPC그룹), 나뚜루(롯데리아), 콜드스톤(CJ푸드빌) 등의 견제를 의식해 사업이 본 괘도에 오르기 전까지 외부 홍보를 자제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매일유업의 아이스크림 사업은 김정완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김 회장은 2006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 매일유업 이외에 다양한 외식 사업을 펼쳤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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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이 서민 골목 안팎에 문을 연 식당만 해도 수십 개에 달한다. 매일유업은 2007년 인도 요리 레스토랑 달(Dal)을 오픈하면서부터 외식사업에 엠즈 다이닝(M's dining)이란 이름 아래 수제버거 전문점, 일본식 곱창전골 전문점, 중식 레스토랑,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 수십여 개에 달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외식산업과 맥주시장 등 무리한 사업 다각화가 매출 감소로 나타나며 경영 실패로 드러났다. 당시 매일유업은 이 같은 결과로 2010년 3분기 누적실적에서 영업이익이 2009년 3분기 대비 22% 감소했었다.

주력 사업군인 분유 부문의 3분기 매출은 1,000억 원 미만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에서도 전년동기 대비 42%나 줄어든 아픈 기억이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골목상권 진출과 관련해 대기업들이 커피와 베이커리 사업 등에서 발을 빼자 롯데그룹 블리스의 장선윤 대표가 매각한 베이커리 ‘포숑’ 지분을 매입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매일유업 측은 “포숑은 30% 지분만 참여하고 있을 뿐”이라며 일축했지만 김 회장은 블리스 지분을 인수한 직후 지난해 6월 20일 블리스의 사내이사로 취임해, 일각에서는 “사내이사로 등재됐다는 것은 경영권에 참여한다는 것을 뜻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공분의 대상이 된 것.

게다가 지난 6월 엠즈씨드(m's seed)를 신설해 커피전문점 ‘폴바셋(Paul Bassett)’을 한국에 선보였고, 이 브랜드로 프리미엄 커피 음료 시장에 뛰어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져 논란이 됐었다.

김 회장의 동생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 역시 이에 가세해 지난 8월 커피전문백화점인 ‘어라운지(AROUNZ)’를 오픈하고, 커피점문점 ‘루소 랩(Lusso Lab)’을 개장하며 형제 간 커피전문점 시장 쟁탈전화가 되기도 했다.

매일유업의 이 같은 골목상권 침투가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지만 외식 사업 매장은 주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도산공원, 청담동, 여의도, 광화문 부근에 몰려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이번에도 김 회장은 엠즈씨드를 내세워 아이스크림 1호 매장을 추진했다. 엠즈씨드 이사진에는 김 회장 외에 내년 1월 매일유업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하는 김선희(사촌 동생) 사장 후보자도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있어 업계 일각에서는 김 회장과 김 사장 내정자의 책임경영에 대한 불안 요인을 몰아서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엠즈씨드 관계자는 “아직 아이스크림은 부수적 사업일 뿐이며 당분간 폴바셋 매장 확대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매일유업 측도 “테스트숍 형태로 시장의 반응을 보기 위해 가게를 연 것이고 아직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없다”면서 “폴바셋에서 메뉴를 고착화하는 등 고객 동향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