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커피믹스 첨가물 공방으로 불거진 ‘꼼수 논란’
남양유업, 커피믹스 첨가물 공방으로 불거진 ‘꼼수 논란’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12.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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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허가된 인산염ㆍ카제인나트륨…유해물질인 것처럼 홍보
국민에게 사과하던 김웅 대표, 이번에는 소비자 우롱?

‘甲의 횡포’ 논란으로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남양유업(대표 김웅)이 첨가물을 뺐다는 커피믹스 광고로 소비자의 호응을 얻는 듯 하지만, 정작 자사 분유나 우유 제품에는 해당 첨가물이 그대로 들어있어 ‘꼼수 마케팅’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간 남양유업의 커피믹스 제품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광고에는 “인산염을 넣지 않아 품격을...”,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 대신 무지방 우유를…”이라는 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

앞서 남양유업은 2011년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카제인나트륨 논란을 일으키며 당시 2위인 네슬레를 밀어내고 1위 동서식품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달 말에 전남 나주 커피 공장 완공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산염 논란을 부추겼다.

남양유업이 주장하는 것은 인산염의 과잉 섭취가 체내 칼슘 함량과 불균형을 이룰 경우 골질환의 우려가 있어 ‘인’ 성분을 줄였고, 그만큼 칼슘 배출을 막아 뼈의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첨가물 인산염은 남양유업에서 만든 분유는 물론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에도 다량 함유돼 있다.

또한 식품관련 전문가는 인산염에 대해 “필수 미네랄이다. 해로움을 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위험한 홍보의 시각”이라고 전하고 있다.

서강대학교 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교수는 “우유 100g에 훨씬 더 많은 양의 인산염이 들어있다”며 “엉터리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하려고 하는 기업들은 심하게 거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양유업 관계자는 “가공식품 중에서 인산염을 가장 많이 섭취하고 있는 것이 커피인 만큼 여기서라도 인산염을 좀 줄여보자라고 노력이다”라며 한국인들의 인 과다섭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남양유업은 커피에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우유를 넣었다고 광고하지만, 카제인 성분이 우유에서 추출하는 물질임이 알려지면서 첨가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결국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도 사용을 허가한 첨가제인 카제인나트륨과 인산염은 물론 커피믹스가 소비자에게 해를 끼친 적은 없다”는 주장이다.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 한 관계자는 “인 자체는 필수 영양소로, 이 자체에 문제는 없다”며 “유해한 부분이 있었다면 첨가물로서 허용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남양유업…소비자 심리를 '유해성'으로 떠올리게 만드는 선전기법?
대리점에 대한 甲乙 논쟁에서도 특별한 재주로 '대국민 사과'까지 했건만…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실제로 인산염이 칼슘과 비교해서 2.2배나 과도하게 섭취되고 있는 것이 맞다”며 “제조공정 편의상 넣을 수밖에 없는 인산염을 제조공정의 혁신을 통해 제거하고 자연식품으로 대체했다”고 주장한다.

▲ 남양유업 김웅 대표 ©뉴스1
하지만 이 교수는 “우리가 가공식품을 통해 많은 양의 인을 섭취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 커피믹스 한 봉지에 포함된 인산염의 양은 25mg 정도. 인의 양으로 환산하면 최대 6mg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는 아울러 “카제인나트륨 대신 넣었다는 무지방 우유에도 카제인이 들어있고, 인산염 대신 정체불명의 미네랄혼합물이 들어있다”며 “인산염 대신 사용한 미네랄혼합물의 정체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산염이 정말 몸에 해로워서 대체물질을 개발했다면 그 사실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소비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고 예의다. 인산염을 정체불명의 미네랄혼합물로 바꾼 것을 감춰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칼슘보다 인을 너무 많이 섭취해서 문제가 된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없다. 칼슘과 인을 1:1로 섭취해야 한다는 주장은 권장섭취량의 의미를 황당할 정도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라고 남양유업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인산염이 무해하다며 많은 양, 적은 양이라는 기준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하며 관련업계 내지 경쟁업체의 대응만을 문제삼고 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사물이나 제품을 판단하지 않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 남양유업은 두 번의 논란으로 보아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 유해성을 떠올리게 만드는 선전기법을 교묘히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편 남양유업은 1993년에도 유명 정치인을 앞세워 무균질 우유 ‘다우’ 광고를 ‘깨끗한 정치인의 깨끗한 우유’로 광고했다.

하지만 당시 남양유업이 말하는 무균질(無均質)은 깨끗한 것과는 상관 없는 개념. 균질화는 그냥 우유의 지방이 뭉치지 말라고 하는 공정일 뿐, 균이 없다는 무균질(無菌質)이 아니라는 소비자들과 관련업계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