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기름유출,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태와 같다면…?
여수 기름유출,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태와 같다면…?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4.02.0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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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 삼성중공업 1,000억 보상 계획…하지만 주민들은 5,000억 보상 요구
여수 : 늑장 보고ㆍ유출량 축소한 GS칼텍스는 얼마를 보상해야 하나?

여수 앞바다의 기름유출 사고가 인체에 악영향을 주는 생물학적인 피해와 해당 석유업체인 GS칼텍스의 안이한 태도로 제2의 태안 기름유출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으로 주목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 2부두에서 싱가포르 국적의 유조선 우이산호(16만4000t급)가 정박 중 여수산단 석유업체인 GS칼텍스의 송유관을 들이받아 송유관 파이프가 두 쪽으로 나뉘면서 잔존 원유가 바다로 유출됐다.

이 유출된 기름 일부는 인근 마을 앞 바다까지 흘러가 양식업 등 국민 생업의 2차 피해와 20여㎞ 가량 떨어진 여수시민들이 악취로 고통당하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상당한 생물학적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여수시 만덕동, 공화동, 수정동 일원 1만여 가구 수만 명 주민들이 악취로 인한 두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일부는 치료까지 받고 있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관로에 남아 있던 유독성 가스가 일시에 누출하면서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전했다. 누출된 가스는 발암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로 알려져 향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3일 해경은 해상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 안전한 속력을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접안을 시도한 유조선이 원인이라고 수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해경은 또 원유 유출량도 당초 알려진 4드럼보다 200배가 넘는 164㎘(820드럼)이라고 밝혔다.

▲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로 파도에 밀려온 신덕마을 앞 해안가 기름 ⓒ뉴시스
하지만 원유 이송관 3개 중 원유와 나프타, 유성혼합물 등이 해상으로 흘렀기 때문에 정확한 양은 현재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확한 기름 유출량과 피해규모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GS칼텍스는 당시 "송유관의 길이와 지름 등을 추산한 결과 800여ℓ의 기름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해 유출된 기름 양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하지만 애초 어민들은 "20㎞ 넘게 엷은 기름띠가 퍼졌는데 유출된 양이 드럼 통 4개 분량이라면 믿을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사고 당시 해경도 파손된 송유관의 지름이 각각 36인치, 30인치, 18인치인 점과 유조선이 부딪쳐 파손된 지점부터 배관을 잠글 수 있는 밸브까지의 거리가 100여m에 달한 점으로 미뤄 송유관의 용적이 13만ℓ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GS칼텍스 측은 사고 당일 "오전 9시 35분경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해경에 사고 신고가 접수된 것은 오전 10시 5분경으로 30분이 지나서야 신고 조치를 한 것.

이 때문에 해경 등 관계당국의 방재작업이 늦어지면서 기름이 훨씬 넓은 범위까지 유출됐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GS칼텍스 측은 "사고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신고가 다소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GS칼텍스 측은 기름이 1시간 가량이나  바다로 유출되고 있었지만 해경 등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점, 기름 유출량을 허위로 축소 보고하는 등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이 무거울 것으로 보여진다.

이어지는 보도에 따르면 유출된 기름 일부는 조류를 타고 사고 현장에서 4~5㎞ 떨어진 여수시 삼일동 신덕마을 앞 방파제와, 마침 물 흐름이 빠른 '그믐사리'를 맞아 사고 현장에서 10km가량 떨어진 만성리 해수욕장과 오동도 앞바다까지 확산되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피해 확산…GS칼텍스의 늑장 보고ㆍ유출량 축소, 이유는?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도 동일…주민 피해와 보상 문제

여수시 관계자는 "현재 기름 유출로 인근 마을과 주변 바다가 오염돼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바다에 유출된 기름뿐만 아니라 육지, 즉 방파제와 신덕해수욕장, 모사금해수욕장 인근 갯바위에 붙은 기름을 부직포와 걸레로 닦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3일 여수시와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마을주민과 시청 공무원 등 350여 명과 해경 기동방제단과 해당 지자체 직원 등 950명도 해안가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전남경찰청 지휘부ㆍ기동대ㆍ광주 경찰중대원 등 200여 명도 방제작업에 투입됐다.

또한 여수시 행정선 6척과 해경 선박 60척, 헬기 5대, 여수항만청 푸르미 1호등 3척, 해양관리공단 전남 939호 등 6척, 해군 고속정 4척, 민간방제업체 109척 등 188척이 사고해역 등지에서 방제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사고 해역 근접지역인 신덕마을 주민들은 과거 같은 기름 유출 피해 기억으로 망연자실했다.

사고 현장에서 2km 가량 떨어진 이 마을은 1995년 7월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 사고로 직격탄을 맞았던 곳.

당시 14만5,000톤급 유조선 시프린스호가 여수 소리도 부근에서 태풍 '페이'로 좌초해 원유 등 5,000톤이 유출됐다.

여수 앞바다는 물론 일본 쓰시마섬 인근까지 기름띠가 퍼져 3,800여 ha의 양식장이 황폐화됐고 1,50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 3일 오후 전남 여수시 신덕동 신덕마을에서 시청과 해경 직원, 군인, 주민들이 파도에 밀려온 기름을 제거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뉴시스
당시에도 일부 주민들은 기름 냄새 탓에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기도 했다.

아울러 이 지역 마을공동어장이 기름으로 범벅이 됐고, 미역과 파래, 톳을 채취하던 갯가 바위틈과 자갈밭도 검게 변해 해조류 채취는 아예 포기함은 물론 해역 밑바닥에서는 10년이 지난 2005년에도 기름띠가 발견될 정도였다.

이는 2007년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 중국선적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크레인선이 충돌해 원유가 유출되는 '태안 기름유출 사건'이 일어난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당시 유조선 탱크에 있던 12,547㎘의 원유가 태안 지역 인근 바다와 해안가를 오염시켰고, 자원봉사 100만여 명이 태안을 방문하여 추운 날씨에 기름 제거 작업을 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주민 피해보상 금액 1,000억 원 출연에 800억 원 증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민들은 삼성중공업 측에 5,000억 원의 피해보상 금액을 주장하며 6년여 동안 '삼성과의 싸움'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말 국회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피해 대책 특별위원회는 삼성중공업의 지역발전 출연금 규모를 3,600억 원으로 확정했지만, 지난해 초 대전지법은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인한 피해액을 총 7,341억4,383만3,031원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번 여수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기름유출 사고는 선박이 무리한 접안을 시도하다가 발생한 사고이지만, GS칼텍스의 송유관에서 기름이 유출된 사고"라며 “GS칼텍스 측이 1차 피해보상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를 막론하고 여수 기름유출사고와 관련,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3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한려 해상 국립공원에 기름이 퍼지면서 2차 피해 걱정도 많다"며 "피해지역이 청정구역이기에 방역과 피해 축소에 모든 힘을 다해야겠다. 차제에 사고 회사는 책임의식을 갖고 총력을 기울여 대비해야 하고 피해보상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여수 기름유출 사건 관련 발언과 관련, "정부는 (여수)지역 주민들에게 20여 년 전 악몽을 다시 겪게 해선 안 되는데 해수부 장관은 '(유출사고 당사자들이)알아서 할 일'이라며 정부와 무관하다는 발언으로 (지역주민들을)아연실색케 했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이번 원유 유출 사고가 났음에도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난 1일 여수 삼일동 신덕마을을 찾아  '늑장 대처'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윤 장관은 원유 유출 현장에서 인상을 찡그리며 코를 막고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는데…"라고 말해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또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