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의약품부터 커피캡슐까지..우체통의 변신은 ‘무죄’ 
폐의약품부터 커피캡슐까지..우체통의 변신은 ‘무죄’ 
  • 김다솜
  • 승인 2024.08.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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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물량 급감에 사라지는 우체통
폐의약품 수거 등 새로운 역할 주어져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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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발달로 멀리 있는 사람과 연결할 수단이 많아지면서 우편 물량도 급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체통은 물론 우체국의 숫자마저 줄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우체통은 새로운 역할을 하나씩 부여받으며 다시 태어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한 해동안 발송되는 일반우편 물량은 2010년 44억통에서 2021년 23억5333만통으로 46.5% 감소했다. 

3개월동안 우편물이 10통도 나오지 않는 우체통은 철거 수순을 밟게 되는데 우정사업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 1만9428개였던 우체통은 2022년 9114개로 10년 만에 절반 넘게 감소했다. 30년 전만 해도 ‘우체통이 멀어서 불편하다’, ‘우체통이 모자라다’는 민원이 이어졌던 것이 무색해질 정도다. 

우체국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우체국과 우편취급국을 포함한 6급 이하 우체국 수는 2021년 1454곳으로 2012년(1723곳)대비 15% 줄었다. 

 

“이대로 사라질 순 없다”
우체통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역할들 

그러나 여전히 우체통의 역할은 남아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분실물 수거함이다. 실제 우체통을 통해 수거되는 분실물 규모는 매년 70만개 이상에 이른다. 지난해 우체통을 통해 접수된 분실 습득물은 현금 4억5000여만원, 신용카드 32만8000여장, 신분증 15만5800여개, 지갑 7만5200여개 등이다. 

우체통 속으로 들어간 분실물들은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으로 이관되거나 소유자에게 돌아간다. 그 효과도 높게 평가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발생한 습득물 110만3783개 중 27만3738개가 우체국에서 이관된 것이었다. 

지난해부터는 세종시를 시작으로 서울, 나주시 등에서 폐의약품 회수사업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폐의약품으로 인한 약물 오·남용과 환경오염 예방을 위한 조치다. 

가까운 주민센터나 보건소 등에서 폐의약품 회수 봉투를 받거나 봉투 겉면에 ‘폐의약품’이라고 표시 후 우체통에 넣으면 집배원이 거둬간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통으로 회수된 폐의약품은 2023년 1만6667건에서 올 상반기 2만1165건으로 급증했다. 

오는 10월부터는 우체통을 활용한 캡슐커피 회수 사업도 시행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카누 캡슐커피 등을 판매하는 동서식품은 커피 박(찌꺼기)과 바스켓 분리용 오프너(따개)를 공급하고 우체통 투함 회수 전용 봉투를 만든다. 

소비자는 다 쓴 커피 캡슐을 봉투에 넣어 우체통에 넣으면, 우체국 집배원이 이를 수거해 재활용 업체에 보낸다. 환경부는 캡슐커피 분리 배출과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제도·정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단, 집배원이 수거하는 캡슐커피는 동서식품 제품으로 한정된다. 

이외에도 우체통에서 등기우편물을 접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터넷 우체국 웹이나 우체국 모바일 앱에서 간편 사전접수 신청 후 우체통에 투함하면 접수가 완료된다. 시간이 맞지 않아 등기우편물 접수가 어려웠던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올해 5월 기준 우체통은 전국 7936개가 운영 중이다. 가까운 우체통 위치는 인터넷 우체국 ‘우체통 위치정보 알리미 서비스’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온기 우편함’도 등장할 예정이다. 철거가 예정된 우체통 일부를 새롭게 단장해 진행하는 사업으로, 일반 시민이 고민이나 위로를 받고 싶은 내용을 적어 보내면 관계기관에서 손편지로 답장해주는 정서지원 사업이다. 

제주 서귀포시는 이미 이와 유사한 ‘고민상담’ 사업을 시행 중이다. 코로나19 시기 여성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다 지난 2022년부터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상담이 확대됐다. 고민 상담 우체통에 고민을 넣어 보내면 전문상담 기관에 전달돼 답장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