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AI상담…답답함은 소비자의 몫? 
늘어나는 AI상담…답답함은 소비자의 몫? 
  • 김다솜
  • 승인 2024.08.1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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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비롯 각종 업계서 AI 챗봇·보이스 상담 늘어
“AI 상담 이후 불편·고충 처리에 더 많은 시간 소요된다” 반응 다수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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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불편이나 고충 등을 해결하는 상담 서비스에 AI 보이스 또는 AI 챗봇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들은 365일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며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답답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콜센터 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 콜센터 상담원 수는 지난 5월말 기준 1만9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말보다 2346명(19%) 줄어든 것으로, 연평균 469명의 콜센터 상담원이 감소한 것이다. 

금융권은 AI 상담 서비스를 빠르게 도입하는 업계 중 하나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안에 콜센터 상담원 수는 1만명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AI 상담원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인건비 절감이 꼽힌다. 아울러 대부분 상담원이 도급인력인 만큼 AI 상담을 도입하면 상담원에 관련된 노동 이슈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강점도 가진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카드사, 은행 대부분은 인간 상담사와의 즉시 연결이 어려운 구조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상담원 즉시 연결’을 지원했으나 최근에는 AI 챗봇, AI 상담원 등을 거쳐야만 연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은 물론 각종 업계에서 AI 상담 도입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365일 24시간 시간에 상관없이 고객의 불편을 대기없이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편의성과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자화자찬’ 기업과 달리 소비자는 답답함에 ‘분통’ 

각 기업들의 열띤 홍보와 달리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AI 상담이 도입된 이후 불편 및 고충을 처리하는 데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CRM(고객 관계 관리) 분석기관 세일즈포스가 발표한 금융서비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6058개 금융기관 대상 분석 결과에서 고객들의 불만사항이 가장 많은 분야는 ‘챗봇’(39%)이었다. 

은행업무를 볼 때 고객이 선호하는 소통방식은 전화와 대면이 각각 54%, 50%를 차지했고, 온라인채팅(39%), 문자·SMS(19%) 등은 후순위였다. 사실상 전화·대면 소통을 원하는 고객이 많다는 것인데 금융권에서는 이에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음성 AI 에이전트 스타트업 테닉스(Tenyx)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1%는 AI 음성지원에 불만이 있으며, 불만이 생긴 경우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거나 다른 업체로 전환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도 55%로 과반을 넘었다. AI와 대화를 원하는 응답자는 단 3% 수준이었다. 

AI 음성지원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AI 음성지원에서 불쾌한 경험을 한 경우 해당 기어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의향이 없다(29%)는 데 동의했고 다른 기업의 서비스로 전환을 고려(25%)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월가 대형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의 연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93%는 문의 사항 해결시 AI 챗봇보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AI 챗봇은 이미 사용 가능한 정보 안내만을 반복할 뿐 그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로 꼽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챗봇에 관련한 불만 글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누리꾼들은 “챗봇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은 적 없다”, “계속 딴 말만 하더라”, “챗봇으로 문제에 대해서 한참 설명하고 해결이 안 돼서 상담원으로 넘어가면 똑같은 말을 또 해야 되는데 누굴 위한 상담이냐”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