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선택과 결정…<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영화]선택과 결정…<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 김진산 외부평론가
  • 승인 2014.04.0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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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신념과 개인적 신념의 갈림길에 선 한 인간의 선택

세계적인 명작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미하엘 콜하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과 매즈 미켈슨의 연기가 만난 이 영화는 묵직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또한 영화는 한창 인기리에 방영 중인 '한니발 시즌2'에서 활약하고 있는 매즈 미켈슨의 상반된 연기를 비교할 수 있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아울러 인생에서 결정의 순간을 수도 없이 맞이하게 되는 우리들이 과연 주인공 콜하스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혹은 그의 선택과 반대되는 결정을 하게 될지... 

말 그대로 누구나 해야 하는 개인의 선택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한다.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은 귀족의 횡포로 말을 빼앗기고 이에 항거하려다 부인까지 잃게 된 한 콜하스(매즈 미켈슨 분)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 영화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포스터 ©인터넷 커뮤니티
이런 시대적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법을 통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 그는 종교적 신념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스스로 정의를 심판하고자 투쟁을 시작한다.

하지만 전쟁의 규모가 커지고, 사람들의 희생이 늘어나면서 그는 현재 자신의 선택과 과거 그가 믿었던 종교적 신념 사이에서 고뇌하기 시작한다.

매즈 미켈슨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깊은 고뇌에 빠진 한 인간을 표현했다. 무게감 있으면서도 고민에 찬 그의 눈빛 연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한층 더 깊게 빠져들게 하는 요소이다.

특이하게도 영화는 배경음악을 삽입하기보다 새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여과 없이 거친 느낌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는 음울한 분위기를 더욱 부각시키는 동시에 마치 거친 사포로 긁어내는 듯한 현실적 고통을 잘 표현하는 장치가 된다.

또한 정제되지 않은 소리는 매즈 미켈슨의 얼굴과 맞물려 영화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한다.

영화는 황량한 독일 풍경을 배경으로 특별한 사건이나 연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때문에 그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감정기복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영화에는 당시의 독일을 대표했던 마틴 루터가 등장한다. 실제 역사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는 보수적 성향의 인물로 귀족들에게 대항하는 농민봉기를 반대한다.

콜하스가 루터와 대화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로 꼽을 수 있다.

신의 이름 아래서 인내를 요구하는 루터와 개인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겠다는 콜하스의 대답은 서로 상생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루터의 저서와 생각이 투쟁 이전 콜하스가 지향했던 신념과 일치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장면을 통해 관객들은 개인이 지켜야 할 신념과 그에 따른 선택에 대해 재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감독 아르노 데 팔리에르는 <다이안 월링턴>을 통해 끌레르몽 페랑 단편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했다. 그의 깊은 관찰과 섬세한 연출은 이 영화에서 더욱 그 가치를 나타낸다.

이 영화는 콜하스가 성공을 눈앞에 둔 반역을 포기함으로써 끝난다. 그간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재판 기회를 얻음에 만족한 것이다.

결말을 두고 관객들의 의견은 갈렸다. 특히 그것이 그 상황에 처하게 됐을 때 우리의 선택을 간접적으로 투영할 수 있기에 더욱 의견이 분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투쟁을 선동하고, 또 스스로 멈춘 콜하스가 그랬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