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연일 급락…정부 구두개입에 영향 없다?
환율 연일 급락…정부 구두개입에 영향 없다?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4.04.1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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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으로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앞서 지난 9일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0.8원 내려 1,041.4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8년 8월 14일(1,039.80원)이후 5년 8개월 만에 1,050원 선이 붕괴돼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

이어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9일)보다 6.4원 내린 1,035.0원으로 출발했다.

이처럼 외환시장이 급박하게 움직이자 외환당국은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날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환율의 등락과 관계없이 단기간에 변동성이 확대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며 “외국인 자금 유출ㆍ입 및 역내ㆍ외 시장 거래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수준보다는 변동성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만 한 발언에서 진일보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환율 하락을 통제하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이유를 ‘원화 강세’가 아닌 ‘달러 약세’라는 외부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경기 회복을 위해 당분간 경기부양책과 초저금리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이에 달러 약세 현상이 강화됐고,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원화 강세(달러 약세)를 어느 정도까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 완화 등 신흥국 이슈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자 신흥국 통화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뒤 올해도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 것이 원화 강세에 힘을 싣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약세)하면 수출은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든다.

가령 1$당 1,000원에서 2,000원으로 환율이 오르게 되면 우리나라 1,000원짜리 수출품의 달러표시가격은 기존 1$에서 0.5$로 낮아진다. 가격이 하락했으므로 수출은 늘어난다. 수입은 그 반대다.

이미 경상수지 흑자를 누리고 있으면서 정부가 환율 상승을 위해 시장에 개입할 경우 미국과 같은 경상수지 적자국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적 부담감도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제지에 한 몫 했다. 10일(현지시간)에는 미국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가 열리고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도 발간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함부로 시장 개입을 단행하기는 어렵다는 게 한 연구원의 발언이다.

다만 정부는 단기간에 원화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상황은 경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환율 관리에 취약한 수출중소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여타 수출기업도 안정적인 경영을 위협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 외환 전문가는 “기업가들은 가격 변수가 안정적이어야 의사 결정을 쉽게 할 수 있다”며 “환율이 너무 크게 움직이면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향후 외환당국이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 하락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원ㆍ달러 환율이 이달 말 1,020원 선에 근접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