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비이자이익을 높이기 위해 투자서비스 확장에 나서고 있다.
케이뱅크는 최근 NH투자증권과 손잡고 ‘주식 모으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해당 서비스는 주식을 조금씩 모으며 살 수 있는 적립식 투자 서비스로, 케이뱅크 고객은 NH투자증권에서 거래되는 국내주식, 해외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적립식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케이뱅크는 앞서 한국투자증권, KB증권과 함께 미국 및 국내채권 투자 서비스도 선보인 바 있다. 이는 증권사가 수익성과 안정성 등을 고려해 제공하는 인기 채권상품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와 함께 주식거래, 가상자산, 실물 금 구매 등 다양한 투자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혁신 투자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여러 투자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지난 1월에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공모펀드 판매를 개시했다. 이는 증권사와의 제휴가 아닌 자체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다. 카카오뱅크는 펀드 운용성과 위험통계지표 등을 검토해 6개 공모 펀드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자산운용사로부터 펀드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
이어 7월에는 공모주 투자에 필요한 정보와 기능을 한 곳에 담은 공모주 청약정보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이달에는 하나증권과 함께 ‘한달적금with하나증권’ 상품을 출시했다. 100원부터 3만원까지 31일간 매일 저축하면 미국의 인기 소수점 주식과 주식 매수 쿠폰 등 최대 4만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올해 2분기 기준 카카오뱅크 펀드 잔고는 전분기대비 2배 늘었다. 공모주 청약 정보 서비스의 이용자 수는 한 달 만에 35만명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비이자이익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인터넷은행 중 가장 먼저 투자서비스를 선보인 곳은 토스뱅크다. 토스뱅크는 지난 2022년 8월 WM(자산관리) 서비스와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목돈 굴리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목돈 굴리기 서비스는 증권사가 판매하는 채권과 발행어음의 금리 및 투자 기간 등을 소개하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상품을 확인해 증권사 계좌를 개설하면 연결된 증권사를 통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올 상반기 토스뱅크가 소개한 채권 상품은 700여개로, 누적 상품 판매 연계액은 9조원에 달한다.
인터넷은행은 왜 투자 서비스를 확장할까
이처럼 인터넷은행들이 투자서비스 확장에 나서는 배경으로는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꼽힌다.
인터넷은행들은 올해 초 ‘대출 갈아타기’ 시장에서 저렴한 금리를 내세워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등을 빠르게 흡수했다. 지난 1분기 인터넷은행 3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직전 분기대비 7.77%(4조7611억원)나 증가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경우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 4분기 37조7240억원에서 올해 1분기 40조1910억원으로, 한 분기 만에 40조원대를 돌파했다. 케이뱅크 역시 같은 기간 12조8622억원에서 13조7063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자수익 증가로 인터넷은행들의 실적도 좋은 결과를 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이자수익은 전년 동기(4515억원) 대비 29% 증가한 5823억원이었다. 케이뱅크도 같은 기간 31.9%나 늘었다. 두 곳 모두 신규 취급 잔액 중 대환목적의 비중이 60% 이상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인터넷은행들은 난관에 봉착했다. 특히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가 ‘중저신용자 포용’인 만큼 대출 갈아타기 영업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 6월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 감독국장은 “(인뱅이) 자산 성장을 위해 대환대출로 다른 은행 고객을 뺏어오고 있다”며 “다른 은행이 심사해 이자 잘 내고 있는 대출을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뺏어오는 영업은 혁신, 포용과 거리가 멀다. 주담대에 편중된 영업 행태를 고쳐 나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인터넷은행들은 가계대출 금리 인상, 대출 조건 강화 등을 통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 올해 2분기 인터넷은행 3사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폭은 4.36%로 전분기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한 분기 만에 증가액 규모를 1조8800억원가량 축소시킨 것이다.
더 이상 이자이익에만 기댈 수는 없는 상황에 봉착하자 인터넷은행들은 투자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면 협약을 맺은 증권사로부터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공모 펀드 서비스에서 수수료 이익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