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때 노후소득 보장 방안으로 주택연금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주택연금은 이름 그대로 주택을 통해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본인 소유의 집을 주택금융공사에 담보로 제공하면 공사는 이에 대한 연금을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가입 시점에 약정한 연금은 사망시까지 지급된다.
해당 집의 소유자는 연금수령 개시일이 지난 만 55세 이상이어야 하며 담보가 되는 주택의 가격은 공시지가 12억원 이하여야 가입 가능하다. 해당 집에 대출이 묶여 있어도 받을 연금에서 미리 목돈을 수령받아 대출을 갚고 나머지 잔액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2~2027년) 기준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19.2%로, 내년 20%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인구 비중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다. 2036년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30%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주택연금은 최근 노후소득 보장 방안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으나 민간 주택연금의 판매는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하나금융연구소의 ‘해외 사례로 살펴본 민간 주택연금 활성화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 주택연금은 2007년 도입 이후 꾸준히 취급 건수가 증가해 지난 7월말 누적 기준 13만여명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실버타운 입소를 실거주 예외조건으로 인정함에 따라 향후 주택연금 가입 수요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민간 주택연금의 판매는 거의 전무하다. 현재 하나·신한·KB국민은행에서 판매되는 민간 주택연금은 기간형·소구형이다. 10~30년의 기간이 정해진 비종신형이며 받는 연금액이 담보 주택의 가치를 웃돌 경우 차액 상환의무도 갖는다.
민간 주택연금은 공공 주택연금과 달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적용받아 충분한 연금액 지급이 어렵다.
보고서는 “국내도 해외처럼 고령층의 주택 소유 비중이 높고 60대 이상에서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주택연금이 유용한 노후 대비 수단이 될 것”이라며 “특히 노후 대비의 주요 주체가 가족이나 사회가 아닌 본인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주택도 상속의 대상보다 노후 대비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간 주택연금, 해외에서는 어떨까
미국의 경우 공적 보증이 있는 공공 주택연금 시장과 대출한도를 확대한 민간 시장이 각각 형성돼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공 주택연금은 주택 가치를 최대 115만달러까지만 인정하지만 민간 주택연금은 최대 400만달러까지 인정해 대출한도를 높였다.
고령층의 부동산 순자산 규모가 큰 편인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주택연금 활용을 적극 장려하는 모습이다. 주로 민간 금융회사인 보험사 등에서 ALM(Asset Liability Management, 자산부채종합관리) 목적으로 참여한다.
상품 출시 초기에는 금융회사와 가입자가 주택가격의 위험을 공유하는 방식이었으나 1990년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가입자의 부채 수준이 급증하면서 비소구형으로 전환했다.
일본은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가 상품을 판매하고 정부(JHF)가 주택대출보험을 제공한다. 가입자는 주택가치의 50~60% 한도로 일시금을 받을 수 있으며 매월 이자만 내며 소유권을 유지하며 거주하다 사후에 주택 매각을 통해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향후 소비자 혜택 및 선택권 확대 측면에서 민간 주택연금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비소구·종신형일 때 적절한 노후 대비 수단으로 구실할 수 있음을 고려해 민간의 참여를 촉구하고 필요하면 적절한 규제 여건 조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