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입양을 해야만 했던 아일랜드 여성의 비극
강제입양을 해야만 했던 아일랜드 여성의 비극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4.05.08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로미나의 기적> 미혼모가 아이를 낳은 건 죄가 아니다

마틴 식스미스는 1920년대 아일랜드 노역 시설에서 벌어진 강제 입양 문제를 <필로미나의 기적-잃어버린 아이>을 통해 표면적으로 고발했다.

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주말 섹션용 휴먼스토리 기사감을 찾다 필로미나의 사건을 접하고 이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아일랜드는 건국 초기 궁핍한 경제 상황에서 탈피하고자, 당시 미혼모들이 낳은 아이들을 세계 각국에 돈을 받고 수출했다.

아일랜드의 1만여 명에 달하는 미혼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어디로 입양됐는지도 알지 못한 채, ‘아이를 평생 찾지 않는다’는 각서에 사인을 하고 자식을 보내야 했다.

▲ 《필로미나의 기적-잃어버린 아이》, 마틴 식스미스 저 / 원은주 이지영 역, 2014년 5월 ©미르북컴퍼니
<필로미나의 기적-잃어버린 아이>의 필로미나와 마이크 모자(母子)도 이런 사회적 관습으로 인해 가슴 아픈 이별을 ‘당해야’ 했다.
 
필로미나는 순진한 십 대 시절, 혼전 임신을 했다. 로마 가톨릭이 지배하고 있는 아일랜드 사회에서 혼전 임신은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였기에, 그녀는 수녀원에 격리되어 남자아이를 낳았다.

3년간 수녀원의 세탁실에서 고되게 일하던 필로미나는 수천 명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노예에 가까운 처지에서 해방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기를 포기해야 했다.

1950년대 아일랜드에서 사생아를 낳은 수많은 어린 어머니들이 처했던 운명에 대한 이야기, 그 안에 숨겨진 가슴 아픈 진실이 수십 년간 아들을 찾기 위해 헤매는 필로미나를 통해 밝혀진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필로미나의 기적-잃어버린 아이>는 고고한 원장 수녀를 통해 신과 신앙에 대한 좀 더 본질적이고도 첨예한 질문을 던진다.

수녀원장은 미혼모들은 모두 죄를 지었고,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를 가진 것이 죄일까? 강제 입양을 보낸 아들을 찾는 것이 죄일까?”

아이가 거꾸로 나와도 진통제를 주지 않고, 출산 시 사망하면 수도원 앞에 묻는 행위야 말로 인권 유린이 아닌가?

우리는 신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악행을 합리화했는가, 또한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는가에 대해서 자문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걸작이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2월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아직 아이를 찾지 못한 미혼모들도 용기를 얻어 아이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드러나지 않았던 진실, 어두운 우리의 현실을 반성하고 되짚게 하는 <필로미나의 기적-잃어버린 아이>는 세상을 바꾼 책이라는 극찬을 받기 충분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