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비정규직 '조퇴' 못해 사망…세월호 참사 '책임 회피' 보이네
이마트 비정규직 '조퇴' 못해 사망…세월호 참사 '책임 회피' 보이네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4.05.1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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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ㆍ풀무원 측 "내 탓 아냐", 인력파견업체와 원청업체 사이 사건 무마 의혹?

이마트 내 풀무원 시식코너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회사의 조퇴 거부로 결국 사망에 이르렀지만 관계자들은 서로 '네 탓' 공방만 펼치는 등 책임지는 주체가 없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고인이 된 노동자가 본인의 상태를 직접 전달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가 이마트인 점을 들어, 이마트의 그간 행보도 재차 주목되는 부분이다.

억울하게 고인이 된 송모 씨(52)는 유통부문 전문 인력 아웃소싱업체 유엔아이머천다이징을 통해 이마트 천안점 풀무원 시식코너에서 일해왔다.

지난달 25일 출근 당시부터 몸이 좋지 않던 송 씨는 라커룸에서 근무복을 갈아입고 자신의 코너로 가던 중, 화장품 코너에서 일하는 딸에게 "도저히 안 되겠다"고 말한 뒤 담당자에게 조퇴를 요구하러 갔다.

하지만 고인은 단지 '금요일'이라는 이유로 담당자에게 조퇴를 거부당했고, 결국 휴게실에서 쓰러져 지난달 28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지고 말았다.

이마트 노조 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천안점에서 5분 거리에 병원이 있었던 점을 감안해볼 때, 담당자가 제때 조퇴만 시켜주었더라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 사고다.

▲ 이마트 비정규직 노동가 회사의 조퇴 거부로 결국 사망에 이르렀지만 이마트, 풀무원, 인력파견업체 관계자들은 서로 ‘네 탓’ 공방만 펼치다 유족과 도의적인 합의를 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이유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데일리팝(사진은 각사 홈페이지)
'계약'은 유엔아이머천다이징, '관리'는 이마트와 풀무원…책임질 사람은 없어

그런데 이마트와 풀무원, 심지어 유엔아이머천다이징 그 어느 곳도 자신들은 조퇴 신청을 받은 적도, 거부한 적도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만약 고인이 '몸이 좋지 않다'는 말과 함께 조퇴를 신청했는데 담당자가 '금요일'이라는 이유로 거부해 사망에 이른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 사망이 아닌 것이 되기 때문에 담당자에게 민ㆍ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고인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무를 직접 관리한 이마트가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송 씨는 유엔아이머천다이징과 위탁계약을 맺으면서 "담당매니저 및 매장PM의 사전 동의 없이 지각, 조퇴 시 기본판매수수료의 50%를 차감한다"는 내용의 위탁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마트 노조에 따르면 여기서 말하는 담당매니저는 풀무원 관리자, 매장PM은 이마트의 관리자급 정직원을 칭하는 용어라고 한다.

그럼에도 풀무원과 이마트 측은 조퇴 관리는 전적으로 유엔아이머천다이징에서 맡고 있다며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담당매니저(풀무원)와 매장PM(이마트)에게 조퇴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판매수수료의 50%를 차감하는데, 이들은 역으로 유엔아이머천다이징에 조퇴를 시킬 권한이 있다고 말한다. 명백한 모순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노무관련 한 변호사는 "아무리 유엔아이머천다이징에 권한이 있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일을 관리ㆍ감독하는 것은 원청격인 업체(이마트)"라며 "몸이 좋지 않아 쉬어야 하는데 조퇴를 안 시켜줘 돌아가셨을 경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노무 전문가는 "위탁계약서를 보면 파견노동자는 판매수수료로 일당만 받을 뿐, 퇴직금도 없는 일용직으로 돼 있다"며 "사실상 노동자 신분임에도 업체 측이 책임을 회피하고자 편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에 따르면 "이마트는 자신들이 직접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다단계 도급을 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매장 내 판매사원들에 대한 불법파견이 확인돼 1만여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놓고도 (이마트가) 정신 못 차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마트와 풀무원은 산재 처리에 대해서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역시 유엔아이머천다이징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유엔아이머천다이징 측은 일부 보도에서 "업무수행적인 면에서는 인정하지만 업무 기인성이라는 측면에서 심혈관질환과 뇌질환은 평상시보다 30% 이상의 노동과 과로, 스트레스 등이 있었는지를 두고 판단한다는 점에서 산재라 보기는 힘들다"는 형편없는 답변을 내놨다.

이런 관계사 측의 반응에 유족들은 “누가 봐도 업무와 관련된 산업재해임에도 산재로 처리할 경우 불이익을 우려해 관련 기업들이 서로 입을 맞추고 조퇴 신청을 거부한 일 등 핵심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사측이 사과 요구를 거부하고 오히려 우리가 돈을 바라고 있다는 식으로 이간질하고 있다"며 "조퇴 신청을 거부한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마트 측 천안점 담당자는 "(이마트는) 보고 대상이 아니고, 근무에 관여도 하지 않는다"며 "고객관련 서비스, 근무 안전 등에 대한 부분은 관여하지만 협력업체 직원의 근태는 모른다"고 발뺌했다.

또 다른 이마트 관계자는 "고인을 처음 발견하고 응급조치, 병원 이송한 것도 이마트 직원이며 유족의 요구에 따라 최대한 합의를 진행한 것도 이마트 측"이라고 '책임 회피'에 대한 모든 부분을 강력하게 일축했다.

이어 풀무원 관계자는 "파견업체에 고용된 사실이라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며 "다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유족과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산재관련해서는 약 일주일 정도 근무한 상태이고, 질병에 대해서는 기존의 병력이 있기 때문에 산재 처리는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유엔아이머천다이징은 계속 담당자와 책임자 부재의 이유로 통화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중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한 담당자는 "협력업체 직원의 이러한 문제 발생시 각 층을 담당하는 매장PM 등이 협력업체나 인력파견업체와 확인 후 대체 인력 수급으로 처리하지, 일방적인 (조퇴)거절이나 방관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