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장들, 곤혹스러운 요즈음
주요 은행장들, 곤혹스러운 요즈음
  • 박성희 기자
  • 승인 2014.05.2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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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이어 국내∙외 지점의 부실∙사기 대출, CEO 고액 연봉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국내 주요 은행장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신뢰'와 '도덕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시중은행들이 하나같이 주창하던 '고객 만족'은 이미 찾아 볼 수 없다. 이 가운데 국민과 하나, 우리은행이 또다시 '부도덕한 은행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중징계 당일 성과급을 수령했고,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직원을 부당 해고해 미국에서 소송을 당했다.

국민은행은 더 심하다. 금융소비자원(이하 금소원)은 최근 불거진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내분과 관련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이건호 국민은행장, 국민은행 사외이사 전원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소원은 2,000억 원대에 달하는 KB금융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문제 등을 수사해 줄 것을 검찰에 요구했다.

이 같은 이권 다툼에 경영진 외 사외이사들까지 고발당한 것은 금융권 사상 초유의 일이다.

금소원 관계자는 "과거에도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이 바뀔 때마다 전국 지점의 간판을 모두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수천억 원대 사업을 해 이권 논란이 일었다"면서 "KB금융 사태는 이대로 볼 수 없어 관련자 모두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측은 언론을 통해 "이번 사안은 이권 개입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하나은행장, 성과급 수령ㆍ임기 완수...뻔뻔함?

지난달 17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하나은행 김종준 행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김 행장은 지난 2011년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자본잠식 상태인 미래저축은행에 145억 원 가량을 부당 지원해 회사에 60억 원 상당의 손실을 입혔다.

그런데 같은 날 김행장은 거액의 성과급을 챙겼다. 하나금융그룹은 김 행장의 중징계가 명백한 상황에서 전날(4월 16일) 저녁 갑자기 성과급 지급을 결정했다.

이에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날 이사회를 소집해 성과급 지급 여부를 결정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정확한 시기는 내부적 이유로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에도 4월에 성과급 지급이 있었고, 이번에도 전산상 업무처리 중 시기가 맞았을 뿐”이라며 이번 성과급 지급에 어떤 하자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행장을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서 금감원은 김 행장에게 중징계 후 퇴진을 요구한 바 있으나 김 행장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마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당시 일각에서는 중징계로 향후 3~5년 간 재취업이 제한될 수 있으니 남은 연봉이라도 다 받기 위해 막무가내로 나가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일었다. 김 행장의 지난해 연봉은 10억3,100만 원, 올해는 1분기에 5억6,700만 원을 챙겼다.

이 우리은행장, 도쿄지점 부실대출 이어 뉴욕지점 해고 논란…

이순우 우리은행장도 구설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쿄지점 부당대출 관련 임직원 제재 심의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성추행과 부당해고 파문으로 미국 법정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뉴욕ㆍ뉴저지 법무법인 김&배(대표 김봉준ㆍ배문경 변호사)에 따르면 우리은행 뉴욕지점 전(前) 직원 이모 씨와 신모 씨 등 2명은 "상사가 저지른 성추행 사건을 한국 본사에 알렸다 보복성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350만 달러(약 35억8,000만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둘은 소장에서 본사에 파견된 주재원이 2012년 9월 회식자리에서 여직원 2명을 성추행한데 이어 11월에는 이를 무마하고자 남자인 자신들에게도 성적인 폭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직후 이들은 성추행 사건에 대해 뉴욕지점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나 담당자가 사건을 덮는데 급급하자 서울 본사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 결과 지난해 3월 감사가 시작돼 주재원은 임기도 마치지 못하고 조기 소환됐으나 현재까지 조사를 핑계로 별도의 처벌 없이 '대기발령'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이때부터 이 둘은 전문성과 관계 없는 부서에 배치되거나 일거리를 받지 못하는 등 뉴욕지점 책임자의 노골적인 보복에 시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이 씨와 신 씨는 지난달 7일 부당해고됐다. 이에 이들은 성추행과 회사 측의 지휘ㆍ감독 소홀, 보복조치 등에 대해 각각 100만 달러 이상, 신 씨가 당한 성폭력에 대해 50만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요구했다.

아울러 별도의 징벌적 배상금과 이자, 소송비용 등도 우리은행 측이 부담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원고의 주장에 우리은행 관계자는 "소를 제기한 두 분은 부당해고를 당한 것이 아니다"며 "한 분은 자진퇴사 하셨고, 또 다른 한 분이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분은 근태가 좋지 않아 해고당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주재원에 대해 "(가해자의) 성추행 사실은 어느 정도 파악됐으나 죄질의 경중과 처벌 수위를 정하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는 "향후 해당 소송은 우리은행 뉴욕지점이 맡아 원고 측 주장에 '사실과 다르다'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