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슬란', 아슬아슬 판매량..어정쩡 '마르샤'와 평행이론
현대차 '아슬란', 아슬아슬 판매량..어정쩡 '마르샤'와 평행이론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5.02.0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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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만에 폭풍할인…임직원 할인 소문에 "따로 공지받은 바 없다"
▲ 현대자동차 '아슬란'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법인 임원 차량을 타깃으로 야심차게 내놨던 대형 세단 '아슬란'이 판매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출시 4개월여만에 할인 프로모션에 나섰다.

당초 주 타깃으로 예상했던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 임원용 법인 차량에 아슬란이 포함되지 못한 탓인지 지난해 판매대수가 목표로 잡은 6000대에 턱없이 못미치는 2551대에 불과하다.

처음 아슬란을 출시할 당시 현대차는 아슬란의 판매목표치를 올해말까지 2만2000대로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239대가 인도된 것에 이어 11월 1320대, 12월 992대가 판매됐다. 지난달에도 1070대 밖에 판매가 되지 않아 업계에서는 벌써 신차효과가 끝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이번달부터 현대캐피탈을 통해 아슬란을 리스 혹은 렌탈하는 고객에게 50만원을 할인해주며, 지난달 31일까지 현대차(중고, 신차 무관)를 보유중인 고객의 구매 시 100만원 할인, 수입차 보유고객이 구매하면 50만원 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내놨다.

지난해 10월 생산된 이후 재고로 남아있는 차량은 최대 300만원까지 가격을 깎아 준다.

아슬란의 부진을 그대로 방증한 셈이다.

일부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임직원에게 아슬란을 최대 1000만원까지 할인 해준다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현대차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차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 여러 할인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지만, 임직원 할인은 따로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도 회사 직원인데) 따로 공지 받은 바 없다"고 소문을 일축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아슬란의 부진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따로 실시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부진의 원인을 분석하진 않았다"며 "공식적으로 말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되살아나는 '마르샤'의 망령

현대차는 아슬란에 앞서 '마르샤'라는 준대형급 세단을 출시해 한마디로 '망한' 경험이 있다. 최근 아슬란의 부진이 지속되자 마르샤의 전처를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마르샤는 지난 1996년 출시된 소나타와 그랜저 사이의 모델로 출시돼 어정쩡한 타겟팅으로 실패를 겪었던 터라 아슬란의 출시가 알려지면서부터 꾸준히 비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서 아슬란만의 독특함이 없다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측에서는 아슬란이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차를 원하는 수요층을 노린 모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모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슬란이 모범택시로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고급 세단이라는 이미지는 이미 놓친 듯 하다. 더불어 그랜저가 아슬란 보다 '한단계 아래'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그랜저의 그레이드 마저 격하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그랜저의 골격을 그대로 가져온 아슬란은 현대차 아산공장 그랜저 조립 라인에서 함께 생산되고 있으며, 그랜저보다 앞 범퍼를 1.5cm, 뒷범퍼를 3.5cm를 늘린 것을 제외하곤 폭, 높이,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가 거의 비슷하다. 새 옷을 입은 가솔린 엔진, 6단 변속기 등도 눈에 띈다.

아슬란은 가격 뿐만 아니라 길이도 그랜저(전장 4910㎜)와 제네시스(4990㎜)의 중간 정도이다.

아슬란은 기본형 3.0모델이 3990만원, 3.3 모델 G330프리미엄과 G330 익스클루시브가 각각 4190만원, 4590만원인 것을 기준으로 보면 그랜저보다는 970만원 정도 비싸고 제네시스에 비해선 670만원 싸다. 결론적으로 670만원만 더 내면 한단계 윗급의 차량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미 '호갱(호구+고객)'이라는 단어를 생산하며 소비자의 불신을 얻고 있는 가운데, 아슬란을 국내판매용이라고 못 박은 점도 역효과를 얻고 있다.

특히 복합연비가 9.5km/L로 동급의 수입 디젤차량보다 낮아 연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개인 고객들에게는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업계의 평이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