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화려하게 등장하고 감동 없이 사라지나?
[리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화려하게 등장하고 감동 없이 사라지나?
  • 채신화 기자
  • 승인 2015.02.11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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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전문 배우가 아닌 유명 연예인이 공연에 등장할 경우 그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수많은 스포트라이트 속 재조명 받거나, 연기력 논란에 휩싸여 공연의 수준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역시 가수 바다, 연기자 주진모 등 유명 연예인을 배우로 캐스팅해 공연 전부터 화려하게 등장해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마거릿 미첼의 원작 소설(1936)과 동명의 영화(1939)로, 세계적으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명작이다. 특히 원작을 잘 풀어낸 영화는 소설에 상당하는 인기를 얻어 주연 배우 비비언 리와 클라크 게이블이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 부문을 석권하기도 했다. 이를 국내에서 아시아 최초 뮤지컬로 제작해 뮤지컬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 올렸다. 이미 다져진 원작의 명성이 작품 홍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작품이라는 것이 관객의 기대치를 높여 관객의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지난달 9일 개막한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남북전쟁 속 스칼렛 오하라가 겪는 사랑의 시련과 삶의 고난, 그리고 이에 굴복하지 않고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그렸다. 이와 함께 네 남녀의 로맨스, 노예들의 설움, 종전 이후 국가 재건과정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스토리를 풀어놓는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관람 포인트는 화려한 무대, 호소력 짙은 노래, 다양한 춤이다.
 
강렬한 색채와 필치의 풍경화로 채워진 무대 배경은 시작부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3면 전면 스크린 역시 뮤지컬의 한계인 '장소의 제약'을 잠시나마 잊게 할 정도로 장면 전환으로의 어색함이 없다. 사랑에 얽힌 감정을 표현했던 노래역시 매력적이다. 배우 바다의 청량한 목소리는 스칼렛 오하라의 역할과 알맞았으며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은 공연의 몰입도를 높였다. 또한 릴리컬재즈, 비보잉, 아프리카 댄스, 아크로바트 등 다양한 춤은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상징적인 역할을 했다.
 
무대, 노래, 춤 등으로 무대는 꽉 채웠지만 이야기는 다 채우지 못했다. 1000페이지가 넘는 원작을 2시간 20분으로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줄거리를 지나치게 압축해 원작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내용을 충분히 해석하기 어려움이 따랐다. 특히 흑인 노예들의 부분은 꼬리가 있어야할 부분에 머리가 있는 마냥 어색하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이 부자연스러운 데 비해 등장인물의 수가 많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산발적으로 풀어낸 느낌이다.
 
흑인 노예들은 주로 춤과 노래로만 보여주는 반면, 쇼걸들은 대사도 많고 등장 횟수도 빈번한 편이다. 줄거리 상 등장할 필요가 없는 듯 했으나 화려한 의상과 무대 연출 등 시각적 요소를 더해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역할을 했다. 

전체적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뮤지컬의 구성요소인 극본, 연기, 춤, 노래의 특성을 잘 살렸다. 하지만 스토리보다는 비주얼라이징에 초점을 둬 장면 전환이 매끄럽지 못하고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남는다. 방대한 이야기를 다 말하고자 하니 어느 하나의 이야기도 충분히 표현되지 못해 관객들은 이야기 짜집기에 바쁘다.

이 때문일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유희성 연출은 지난 1월 13일 열린 미디어콜에서 관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극에 수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밝힌 이후 수정을 거듭하며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려 노력하고 있다.

50억의 제작비를 들여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웅장한 스케일의 극에 한층 더 힘을 실어줄 '이야기'를 재정비하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라는 명장면의 대사처럼 탄탄하고 성숙한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는 15일까지 공연된다. 배우는 배우 김법래, 주진모, 임태경, 바다, 서현, 마이클리, 정상윤, 김보경, 유리아, 정영주, 박송권, 한동근 등이 출연한다.

(데일리팝=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