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花香(화향)-22: 감성의 상품화
[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花香(화향)-22: 감성의 상품화
  • 오진국 화백
  • 승인 2015.03.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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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花香-22 2013 Danie's Digilog Artworks(3790) Image size 600Ox5580 Pixels(87.3M) Resolution 300dpt

꽃에도 마음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마음의 특성은 어떤 유형을 띠고 있을까? 모르긴 해도 분명히 여성적 본능과관련된 특성들로 채워져 있지 않을까 싶다.우선 언제 어디서나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속성이 그렇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하여 온갖 화려한 색상과 향기를 동반하는 것도 그렇다. 피동적인 특성이 가지는 경쟁심의 유발이 그렇고 끊임없이 샘솟는 질투도 그러하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하늘하늘 허리의 곡선처럼 언제나 가변적인 변덕도 그렇지 않은가? 또 주어진 아름다움에 대한 집요한 지속본능이 그렇고 사랑을 기다리는 자태도 그렇다. 그럼에도 부인할래야 부인할 도리가 없는 가장 큰 속성이 아름다움이고 그러한 아름다움에 대한 향기는 어떤가치와도 바꾸기 힘든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꽃향기가 진동하면 '페르몬'의 그것처럼 야릇한 흥분에 휩싸이게 된다. 꽃들의 화사한 자태와 뿜어대는 향은 상대방의 전 감각기관을 마비시카고도 남을 만큼 매혹적이고 가히 뇌쇄적이다.

향기의 모양새는 미세한 입자의 가루일 것이다.
그 가루가 지천으로 퍼진다는 것은 제 몸을 갉아 부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일테니까. 남을 위하여 제 몸을 태우고 불을 밝히는 춧불처럼 향기도 그렇게 자신을 분해하면서 끊임 없이 발산하는 애틋한 몸부림이자 소리 없는 아우성이 아니겠는가? 제발 나의 존재를 좀 알아달라고.. 후각으로 맡을 수 있는 가루가 다 아름다운 향기는 물론 아니다. 우리가 인지하는 한 아름다운 냄새를 일컬어 향기라 부르지, 좋은 냄새가 아닌 것은 당연히 향기가 아니다. 영어에서 fragrance나  perfume, 또는 아로마(aroma)라 부르는 향기가 다 좋은 냄새를 일걷는 단어이고 보면 꽃향기는 그 자체가 아름다운 유혹이다. 또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유혹의 속성 중 아름다움의 유혹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다.

우리가 보다 추상적인 접근을 하면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 향수를 바르고 등장하는 향기가 아니라 그 사람의 품격에서 느낄 수 있는 향기로움 같은 것이다. 그 향기는 연출하고 의도적으로 각색한다고 맡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은 물론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인 품성과 격조가 향기로움을 만들기 때문에 道나 仙의 경지를 접해야만 그 사람만이 가지는 특유한 인품의 향기가 나는 법이다. 향기가 나지 않을바에야 아예 냄새 자체가 없는, 無臭가 낫다. 적어도 악취를 풍기는 사람에 비하여 타인에게 폐는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적당히 위장하고 요령으로 무장한 사이비 지식인이나 예술가가 악취를 풍기는 사람이 유난히 많은 것도 진정성이나 선명성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제 아무리 '샤넬 -5' 향수를 바르고 번드례한 복식을 갖추어 입어도 내면적 성숙이 결여되고 위선으로 일관하면 한 눈에 그 실제가 드러나는 법이다.

감성도 상품이다. 이런 생소하던 말이 요즈음에 와서는 마치 시사나 경제용어처럼 자연스러워졌다. '감성마케팅'이 그것인데 상품에 감성을부여하는 전문적 기법으로 자리를 잡고 기업들이 친 환경적, 친 감성적 상품의 개발과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 만난 知人 중 한 사람이 나에게 조언을 하기를 "이제 이 분야에 알려질만큼 이름이 알려졌으니 '패턴'을 좀 바꾸어 〈감성마케팅으로 전환하시지요?" 다시 말해서 그럼 작품이야 매일 올리는 것이고 단상의 패턴도 바꾸라는 것이었다.

며칠 전, 다른 작가로부터도 비슷한 양상의 충고를 들었다. 주변인의 얘기에 귀담아듣지 않을수 없었던 것은 그 사람들이 예사롭지 않은, 자기 나름대로 이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였고 또 수 년 동안 고수해 온 지금의 패턴이 싫증이 나기도 하였다.

'감성을 팔다' 그게 말처럼 간단한 일일까? 그리고 그것을 나 자신이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일까?그림그리기도 바쁜데 인기 전략까지 만들어 감칠맛 나는 포장까지한다? 내가 무슨 기업인가? '엔터테인먼트'하는 기획사인가? 예술 한다는 사람이 너무 얄팍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런 등등.. 그 시간에 그림 한 점이라도 더 그리자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접었지만 뇌리 속을 떠나지 않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그런 유사한 일을 하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