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테라스-4
[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테라스-4
  • 오진국 화백
  • 승인 2015.03.3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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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스-4 2013 Daniel's Digilog Artworks(3801) Image size 4500x4863 Pixels(62.6M) Resolution 300dpi

작은 서정이 큰 감동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그냥 스쳐버릴 정도로 하찮다고 생각되는 것들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러한 대상들이 말을 걸어오고 또 무슨 말을 하면 생각치도 못한 화답을 해 올 때가 있다. 베란다에서 저 혼자 자라는 화초나 작은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잣잔 하나도 이야기꺼리는 수다만큼이나 많고 잔잔한 아름다움이 도사리고 있는데 정작 그들에게 딱히 마음을 열 공간이 여의치 않을 뿐이다. 세상살이 고달파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또는 바쁘다는 이유로... 그 작은 아름다움이 모이고 쌓여서 인성을 만들고 정서의 토양이 되는 것을 미처 모르는 사람이야 어쩔 도리가 없지만 알면서 외면하고 마음 문 다 닫고 사는 사람은 환자나 다를 바 없다. 마음과 몽은 동격이라 마음이 허허로운데 무슨 건강이 따라주겠는가 말이다.

삶의 윤기란 값비싼 가구나 넓은 거실에서만 비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아무리 대형 평수의 아파트를 가 보아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가정부가 매일 그리 청소를 부지런히 하여

가구도 반들거리고, 마루도 거울처럼 맑아도 윤기라는 것은 인간의 훈기와 맞물려야 그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2평도 채 안 되는 '베란다'에 윤기 자르르한 화초들을 보면 집 주인의 화초 사랑과 단아한 됨됨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가끔은 주변에 있는 아무렇지도 않은 기물들이나 소품 등을 바라보며 작은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아마도 평소에 하찮다고 생각되면서도 늘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작은 동반자로서의 안도감, 신뢰감, 이런 것에서 기인하는, 포근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그런 주변의 물상들이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고 우리들의 혼탁한 마음을 정제하는 역할도 하기에 고개 숙여 감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