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The Leaves-2
[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The Leaves-2
  • 오진국 화백
  • 승인 2015.04.0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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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Leaves-2 2013 Daniel's Digilog Arworks(3791) Image size 7087x5315 Pixels(107.8M) Resolution 300dp1

하나의 사물을 허구와 진실로 분리하여 본다는 것이 창작의 승패와 직결된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소위 구도를 잡을때, 나도 모르게 구도법에 의한 구성을 하게 되고 등장 대상을 머릿 속에 넣고 배치를 하면서 그림을 꾸미게 된다. 특히 스케치북을 두고 눈앞의 대상을 베껴 옮기는 작업이 아닌 경우, 상상 속의 그림은 더욱 그렇다. 자꾸 뭔가를 집어넣으려는 본능이 발동하는 것이다. 화병도 그리고 그것을 받쳐줄 테이블도 그리고, 그러다 보면 꽃도 그리고, 과일 같은 소품도 집어넣고, 장문도 그리고, 또 장가에 앉아있을 법한 새 한 마리나 나비도 그려 넣고 이렇게 하다보면 고만고만한 억지춘향의 싸구려그림이 되는 것이다. 그냥 나뭇잎만 그리고 싶으면 그것만 그리면 되는데..

어떤 사실을 확인함에 있어 눈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은 아무리 책으로 쓰여진 역사도 다큐멘타리 영화를 보는 것만큼 믿음이 갈 수 없다고 믿는다. 그 이유는 글이란 누군가에 의하여 각색되어 전달되는 간접수단이고 본다는 것은 직접수단이기에 신뢰도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본다는 것은 맹목적이며 선입견적 주관을 배제한 객관으로만 바라보기 힘든, 그다지 믿을만한 것이 못 된다. 단 한가지의 예로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사물의 실제크기(Actual size)에서 조금만 벗어나 '줌인'(Zoom in)하거나 '줌아웃'(Zoom out)하면 그 실제의 모습이 엄청나게 다른 것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대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기준이 지극히 편협하고 열악한 상황임을 깨닫게 된다.